박태훈 왓챠 대표는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LG유플러스 U+TV모아 API 로그 화면을 통해 LG유플러스의 서비스가 왓챠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고 이는 데이터 탈취의 증거라고 증언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1월부터 왓챠와 ‘왓챠피디아(콘텐츠추천·평가서비스)의 데이터를 공급받는DB(데이터베이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별점 정보, 코멘트 정보 등을 포함한 데이터를 U+모바일 TV및IP TV 서비스에만 한정하여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계약상의 사용 범위를 위반해 데이터를 부정 사용하여 신규 서비스인 U+tv 모아에 활용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왓챠는 주장했다.
송재봉 의원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가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투자를 미끼로 실사한 후에 유사 제품을 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왓챠 역시 LG유플러스의 투자가 결렬되고 LG유플러스가 U+tv모아를 냈는데 이것이 왓챠의 서비스를 베꼈다는 증거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박 대표는 “U+tv모아 개발자 모드에서 API 로그 화면을 확인하면 왓챠의 데이터를 사용한 증거가 발견됐다”며 “LG측은 처음에는 왓챠의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API 로그 화면을 제시하니 베타 서비스에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꿨고, 이후에는 서버에 왓챠 데이터가 있지만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 등 해당 사실에 대해 일관적인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왓챠는 데이터 침해뿐 아니라 기술 탈취 의혹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2022년 인수 목적으로 접근해 10개월간 상세한 기술 자료를 요구했다. 이후 투자 의사를 돌연 일방적으로 번복하고 왓챠피디아와 유사한 U+tv모아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투자 파기 이후 바로 유사 서비스인 U+tv모아를 출시한 점에서 이는 기술 탈취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한다”며 “LG유플러스의 투자 실사 과정에서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핵심 기술 정보를 요구받았다”고 지적했다.이어 “기술이나 데이터 침해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기능정의서나 기능운영전략서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해야 하고 특허청 신고를 통해 이 부분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박 대표는 "14년간 100곳 이상의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였지만 이번처럼 과도한 수준의 정보 요구는 처음"이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스타트업과의 투자 협의를 빌미로 기술을 탈취하는 관행이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왓챠는 지난달 LG유플러스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특허청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반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왓챠로부터 제공받는 데이터는 왓챠와 당사간 계약에 따른 것이며 계약의 범위에서만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왓챠가 제공하는 기능들은 미디어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공유하고 제공되는 보편적인 기능과 디자인으로 왓챠의 고유한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는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논의한 범위는 통상적인 수준이었으며 관련 법을 저촉하지 않는 범위에서 수행됐다"며 "앞서 왓챠 측이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벤처부에 이의 제기를 했었고 각각 심사 불개시, 종결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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