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인공지능(AI)으로 지원자 이력서 등을 스크리닝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기업 80여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워크데이가 제작한 이 도구 때문에 탈락하게 됐다는 것. AI가 인종 등 차별적인 기준으로 지원자들을 걸러냈다는 주장이다.
워크데이 소송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워크데이 측은 이 도구가 채용 후보자 선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데다 소송을 낸 구직자들을 고용하려던 사업주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채용업무 일부를 위임받은 만큼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EOC와 I튜터그룹 사례는 결론이 난 상태다. 이 사건은 AI 채용을 활용하다 법적 분쟁에 휘말린 미국 내 최초 사례였다. I튜터그룹은 2020년 강사 채용 과정에서 55세 이상 여성·60세 이상 남성 지원자를 걸러내는 AI 채용 소프트웨어를 프로그래밍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법원은 I튜터그룹이 구직자 200여명에게 총 36만5000달러(약 5억700만원)를 지급하는 합의를 이뤄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가 지난 21일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 1200명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한 리포트를 보면 이들 중 18%(220명)만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5%는 AI 채용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7%는 AI 채용을 도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AI 채용을 도입했다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로는 '이력서 스크리닝'(51%·중복응답)이 꼽혔다. 미국에서 분쟁의 불씨가 된 기능이다.
이력서 스크리닝 분야에 AI 채용을 활용하는 곳은 대기업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규모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선별하려면 AI 기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AI 면접에 활용한다는 응답은 28%, 채용공고 작성에 사용한다는 응답은 24%로 나타났다.
우려도 상당했다. 전체 응답자 중 93%가 AI로 인한 윤리적 문제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에 그쳤다.
이 같은 우려는 AI 채용의 정확성·신뢰성의 중요도를 공감하는 응답으로 이어졌다. AI 채용에서 1순위로 개선이 필요한 대목으로 정확성·신뢰성을 지목한 것이다.
리멤버는 "더 정교한 평가를 통해 오차를 줄이고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능이 요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는 앞서 AI 가장 많이 활용되는 영역으로 꼽힌 '이력서 스크리닝'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잘못된 데이터 입력이나 알고리즘 설계에 따른 편향성이 채용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AI 채용을 도입할 때 차별성·편향성과 관련해선 채용절차법에 저촉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가능성도 검토가 필요하다. 사람의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처리·결정할 땐 정보주체가 설명·검토를 요구하거나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개정됐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국내에선 (AI 채용과 관련해) 채용절차법이 적용될 수 있고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인사노무 분야와 직결돼 분쟁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AI 면접의 경우도 얼굴을 스크리닝하는 것이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AI 채용 도입 과정에서) AI툴을 개발한 업체를 점검·선별하고 EU의 AI법 등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등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에선 AI 채용의 차별성·편향성을 방지할 법안이 2건(신영대·김위상 의원안) 발의된 상태다. AI 채용을 할 경우 평가 방식이나 알고리즘 작동 방법을 구직자에게 알리도록 하고 정보통신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구직자에겐 AI 채용 자체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이다. AI 기능이 차별성·편향성을 갖진 않는지 사전 점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리멤버는 "HR 업계에선 AI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공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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