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도입을 앞뒀거나 시행 중인 각종 환경규제의 실효성, 부작용 등과 관련해 심층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 불편과 자영업자 피해를 초래하는 규제가 많다는 비판 여론을 수용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입이 예정된 환경규제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고, 이 제도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겨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2년 말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일회용 컵 보증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컵 반환 및 회수 등과 관련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큰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단속하기로 한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금지 규제도 시행 직전 적용을 무기한 유예했다. 환경부는 택배 과대포장 규제도 실효성 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2022년 4월 포장재의 포장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내용의 택배 포장 관련 규제를 신설했지만 시행을 계속 미루고 있다.
환경보호라는 명분에만 매몰…합리적 규제·자율로 방향 전환
환경부는 당초 택배 과대포장 규제를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시행하면서 2년간의 추가 단속 계도 기간을 뒀다. 업계에선 계도 기간이 끝나기 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금지 규제를 사실상 번복했다. 환경부는 2021년 11월부터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위반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단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규제 적용 직전 입장을 선회해 단속을 무기한 유예했다. 플라스틱보다 두 배가량 비싼 종이 빨대를 사용해야 한다는 자영업자들이 규제 방침에 거세게 반발했다. 식당 종이컵 사용은 다시 전면 허용했다. 환경부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종이 빨대와 식당 종이컵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환경 규제가 정부가 바뀔 때마다 도입과 백지화를 되풀이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전직 고위 관계자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환경 정책도 크게 달라진다”며 “환경부 공무원들은 무작정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4대강 보 존치에 대한 환경부 입장이 정권마다 달라진 게 대표적 사례다.
경제계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같은 환경 규제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다만 정부가 규제를 입안하는 과정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규제 대상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단체들의 영향이 커지면서 ‘탁상 환경 규제’가 속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도입할 경우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이용 제약이나 소상공인이 져야 할 부담은 논의에서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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