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대란이 기쁘기만 했다. 집에 이미 배우자가 오래전에 사둔 그의 작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가 누렇게 변해서 바삭해진, 1판 14쇄며 1판 3쇄며 하는 것들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이 읽기 편하고 해석하기 쉬운 글은 아니다. 한강의 소설들도 그런 편이었다. 책 좀 읽었다는 사람들이 독서 경험은 전무하고 유튜브 쇼츠(짧은 동영상)에나 중독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이 문학을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와 달리 관련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국내에서 책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성인 연령대는 20·30대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독서실태보고서’를 보면 20대 독서율은 74.5%, 30대 68.0%, 40대 47.9%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은 15% 남짓으로 낮다. 이처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독서율은 떨어진다.
돌이켜보면 나도 20대 초·중반에 책을 더 많이 읽었다. 문예지를 정기구독하던 때도,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을 읽던 때도 지적 허영이 어깨를 펴게 만들던 대학생 시절이었다. 20대 후반에 하루 왕복 세 시간씩 출퇴근길 대중교통에서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눌리고 터지면서 책은커녕 지갑도 옳게 꺼내기 어려웠다.
배우자가 한강의 작품 1쇄를 사둘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그가 청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성인 독서율 자체는 나날이 하락세다. 웹소설처럼 ‘가벼운’ 장르에 속하는 작품도 종이책, 전자책으로 출간됐다면 수치 집계에 포함됐다. 그럼에도 텍스트를 읽는 주축 연령대는 20·30대다.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나이를 먹고 결혼이나 독립을 하면 책을 사서 쟁여두기에는 집이 좁고, 직장인이 되면 퇴근한 뒤 문을 여는 곳은 편의점과 주점밖에 없다.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책을 읽는 부동자세가 목과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한때 굉장한 독서가였던 어른이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나빠지면서 더는 글자를 가까이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봤다.
지금보다 나이를 더 먹어서도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근로 시간과 길고 긴 통근 거리를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에서는 도서관이 많은 동네일수록 청년 이탈률이 적다는 통계도 있었다. 어렸을 때 맡았던 도서관의 맵고 바삭한 종이 냄새가 나만 그립지는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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