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자 백기사 동맹 바람이 다시 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재계에서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네이버, KCC, 대한항공, 금호석유화학 등이 거론된다.
한국 재계에서 ‘백기사 모시기’가 본격화한 때는 1999년이다. 당시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 6.66%를 매입한 뒤 이사진 교체 등을 시도했다. SK텔레콤은 포스코, KT&G, 현대중공업 등과 서로 자사주를 교환해 백기사 관계를 맺으면서 위기를 넘겼다. SK그룹 지주사 SK㈜도 2003년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자 SK는 보유한 자사주 10.41% 상당수를 하나은행(1.91%), 신한은행(1.75%), 산업은행(1.75%), 팬택&큐리텔(0.98%), 이토추상사(0.5%) 등에 넘기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포스코도 2006년 아르셀로미탈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렸다. 포스코는 현대중공업,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을 우호주주로 두면서 위기를 넘겼다.
적대적 M&A 위협이 사그라들자 기업들은 서로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백기사 동맹도 서서히 해체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MBK파트너스·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위협하자 재계에서 우호주주 모시기 움직임이 다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는 ‘포이즌 필’ ‘황금주’ 등 뚜렷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며 “금융당국의 자사주 규제 강화도 백기사 확보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 가치만큼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 처리를 하기 때문에 자사주가 자산 가치를 갉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질 수 있어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백기사에 매각하는 쪽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네이버는 한진그룹·신세계그룹·CJ그룹·미래에셋그룹과 상호 우호주주 관계를 형성했다. 네이버가 폭넓은 백기사 관계를 맺은 것은 독특한 지배구조 탓이다. 네이버 최대주주는 지분 7.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분 5.0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지분율은 3.77%에 불과하다. 백기사를 바탕으로 지배력을 다진 것이다.
■ 차등의결권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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