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치권 및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 및 단체 주도의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공무직 2300명의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공무직은 주로 시설관리와 미화 등을 담당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종사자로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도 조만간 ‘중장년 계속고용 방안’ 논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정년 연장은 노인단체에서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지난 21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노인 인구 관리를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75세 정도로 높여 노인 숫자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검토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정년 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업 입장은 정반대다. 글로벌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속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대기업 기준 40대 중반이면 어느덧 회사에서 나가 제 2막을 준비해야하는 연령대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매일유업, 이마트, SSG닷컴 등 유통가에서 구조조정 및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업, 게임, IT, 금융 업종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는 KT, 은행 등 과거 ‘철밥통’으로 여겨졌던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도 있다. CJ ENM은 지난해 회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구창근 전 대표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하는 논란을 겼었다.
회사 측은 인력 효율화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퇴직 대상자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내부 임직원까지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CJ ENM 구조조정 사태는 프로뉴스 시리즈 조작으로 실형을 살았던 안 모 PD를 구조조정 기간 회사에 복직시키면서 형평성 논란으로 인해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유래 없는 척박한 경영환경과 불확실성에 내몰린 재계에서는 정년 연장 논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평가다. 또 청년 세대 일자리 창출을 도맡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유연한 고용을 통해 원활한 인력 순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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