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탄자니아 연방공화국 자치령인 잔지바르 통계청 직원 10명은 지난 14~25일까지 대전에 위치한 통계교육원에서 농업통계 실무과정 연수를 받았다.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위치한 섬 지역이다. 이들이 머나먼 아프리카 땅에서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거쳐 한국까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 통계청이 주관한 ‘탄자니아 잔지바르 통계역량 강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열악한 경제 상황에 놓인 이들이 단숨에 한국까지 날아올 만큼 ‘통계’가 중요한 어젠더였을까. 이들은 ‘좀 더 나은 국가 미래를 위해 통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통계가 국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국가 발전의 속도와 경로를 기록하며 푯대로 세운 목표치를 향해 나아가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가 발전의 척도이면서 증거와 표식으로 삼을 수 있는 과학적 수단이 바로 ‘통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작년에 완료한 한국의 ‘통계 협력사업 평가단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아제르바이잔 유시프 유시포브(Mr. Yusif Yusifov) 통계위원회 부위원장은 그동안 선진 통계 행정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준 한국 통계청에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그는 “한국식 통계정보서비스 시스템인 ‘아시스’(ASIS) 도입 이전에는 통계가 분산돼 비효율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공개도 많았다”며 “아시스 구축을 통해 정보의 집중화, 투명한 공개 및 통합자료 제공이 가능해져 아제르바이잔 국민들이 편리하게 통계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국민의 신뢰도까지 높아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아시스는 한국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인 ‘코시스(KOSIS)’를 모체로 개발 이식한 아제르바이잔 통계정보서비스 시스템이다. 이에 이름도 아제르바이잔과 코시스의 합성어인 ‘아시스’로 명명했다. 대한민국 통계청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10년 치 이상의 데이터 입력과 전문교육 실시 및 현지 강의실 제공 등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 통계청 시스템을 배우로 오는 국가들에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 방법을 제공하고 있어 수여 국가들과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몽골, 라오스 등 아시아 국가의 통계 발전을 지원할 목적으로 2012년에 한국 통계청 ODA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중남미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확장하고 있다. 몽골의 몬시스(MONSIS), 스리랑카의 랑카시스(LANKASIS), 라오스의 라오시스(LAOSIS), 볼리비아의 볼시스(BOLSIS), 탄자니아의 타시스(TASIS) 등이 대표적 성과물들이다.
올해 6월 초에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기간에는 토고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형일 통계청장이 토고 디지털경제·전환부 장관 및 대통령 자문관들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내용은 토고의 통계서비스시스템 현대화를 위해 한국 국가통계포털(KOSIS) 구축 전문성을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도 K-통계의 뿌리가 탄탄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계청은 다양한 국가로부터 통계 컨설팅 지원 요청도 받고 있다. 7월에는 몽골과 베트남, 8월은 키르기스스탄, 9월은 파라과이, 콜롬비아 통계청이 한국의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직접 방한하기도 했다. 가을의 정취가 정점에 달하고 있는 이달에도 탄자니아 잔지바르 공무원의 교육 열정이 통계교육원을 가득 채웠다. 살룸 카심 알리(Mr. Salum Kassim Ali) 잔지바르 통계청장이 한국 통계청장과의 면담에서 직접 부탁한 훈련이기도 하다.
이형일 통계청장은 “유럽연합(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위원회 등 국제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한국을 찾는 국가가 너무 많아 놀라고 있다”며 “이는 우수성과 혁신성이 인정된 한국의 통계행정과 K-통계 경쟁력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통계 인프라의 해외 확장이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통계 협력 체계를 더욱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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