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인턴' 무슨 질문했길래…유인촌 "내년 기대해달라"

입력 2024-10-28 15:43   수정 2024-10-28 15:59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점에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앞세우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 박소정(27) 국립중앙박물관 청년인턴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나라들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에서 노후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그런데 우리는 20~30대가 사실상 예술시장 소비를 전부 하고, 고령층은 많지 않죠. 문화정책은 결국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년부턴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유인촌(7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8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2’에서 질문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선 스물 일곱살 ‘사회초년생’ 청년인턴과 유인촌 장관이 나눈 대화다. 문체부와 소속·산하 기관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직원과 예술인 경력만 50년이 넘는 70대 장관이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문화·예술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간 문화정책은 보조금을 나눠주거나 예술가에겐 창작을 지원하는 복지 개념으로만 접근해 왔었다”는 유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대두된 만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노인층이 더 쉽게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미돼야 한다”면서 관련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를 마친 후 만난 박 청년인턴은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청년인턴을 하면서 노인 관람객들이 전시 서비스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만족스러운 답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


문화왓수다는 유 장관이 정책 현장 일선에서 일하는 20~30대 청년 직원들과 취임 후 함께 일한 1년의 소회를 나누고 내년 정책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4월 첫 행사에서 문체부 직원들과 만났던 유 장관은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극장 등 서울에 있는 소속·산하기관 직원 8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해당 기관들이 문화정책 수혜자인 국민과 접점이 가장 큰 기관이란 점에서 현장감 넘치는 의견들 들려달란 취지다.

이날 유 장관은 “작년 10월 취임한 후, 마치 10년은 지난 것처럼 여러분과 쉼 없이 달려왔다”며 문화·체육·관광·콘텐츠 분야에서 정책혁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전국 400곳 이상 정책현장을 점검하며 콘텐츠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다만 19세 청년에게 연간 10만~15만원 상당의 공연·전시 비용을 지원하는 ‘청년예술패스’를 두고선 “발급률(74.7%)이 높은데 집행률(12.8%)이 낮아 안타깝다”고 평가하며 “지원분야를 순수예술에서 영화·콘서트로도 넓히는 걸 고려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유 장관은 “올해는 기존 예산과 정책방향을 점검하며 교통정리 하는 해였다”며 내년부터 문학 등 순수예술을 포함해 관광, 체육 분야까지 계획했던 정책 색깔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책을 많이 읽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면서 “출판·인문학 진흥 예산을 많이 회복시킨 만큼 독서진흥, 지역서점살리기 등 내년이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육의 경우엔 체육계 내부에 많아진 비체육인들이 체육이 갖고 있던 본연의 정신을 어지럽혀 놓은 것 같다”면서 “힘이 닿는 대로 노력해 대한민국 체육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자리매김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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