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설'은 서로를 청각장애인이라 생각하는 용준(홍경)과 여름(노윤서) 두 사람이 수어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대학생 시절 우연한 계기로 수어를 익힌 용준은 여름에게 다가가기 위해 수어로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여름은 그런 용준의 순수한 직진 모드에 마음을 열게 된다.
이 영화는 10대에겐 언젠가 다가올 첫사랑의 감정으로, 2030대 관객에겐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은 기억 속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윤서는 "이런 청춘 로맨스 영화는 귀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 자체가 마음을 울렸고, 여름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며 "우리들이 또래이기도 하고 재미있게 소꿉놀이처럼 연습도 하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노윤서는 또 "자연스러운 동년배 케미에서 나오는 매력이 있을 것 같다"며 "제 입으로 말하긴 웃기지만 풋풋하고 청량한 매력을 많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홍경은 여름 역의 노윤서에게 설렘을 느끼는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며 "아직도 처음 반하는 신을 피부로 느낀다"며 "오버스러울 수 있지만 수영장을 관통해 여름을 맞이했을 때의 잔상, 떨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키스신에 대해 "비밀인데 엔딩 때도 엄청 떨렸다"며 "그 장면은 연기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아이즈원 출신 김민주는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그는 극중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이자 여름의 언니 가을을 연기했다.
김민주는 "개봉하고 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며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관객에 잘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하루'를 연출한 조선호 감독은 연출 뿐만아니라 각색에도 직접 참여해 원작의 장점은 유지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조 감독은 "원작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감성은 최대한 가져오고 한국 정서에 잘 맞추고 싶었다"며 "인물의 정서가 원작보다 더 담겼으면 했다.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홍경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초반엔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순수함 이었다"며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낄 때 만난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작의 순수함이 잘 담겨있으면서도 그외의 것들도 감독의 대본 안에 발전했다"며 "우리 영화는 더 세심하고 인물간 서로 영향을 받고 성장하는 두터운 레이어가 있는데 그게 관객에게도 잘 전달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민주는 "원작이 가진 따뜻함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노윤서는 "디테일을 찾는 재미를 느끼시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세 배우는 영화의 대부분의 분량에서 수어로 연기한다. 이들은 크랭크인 몇 달 전부터 1:1 과외로 수어를 배웠고, 손 연기가 익숙해질 때까지 수십 번을 반복해 익혔다. 영화 촬영장에도 수어 선생님이 함께 상주해 세 사람의 연기를 1:1로 지도하며 수어의 디테일을 살렸다.
노윤서는 "이번에 영화를 보며 다시 느꼈는데 수어를 하면 눈을 바라보게 된다. 수어로 소통하는 데 있어 표정이 70%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 표정에 공을 많이 들였고, 잘 나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선생님들을 바라보며 자연스러운 동작을 얻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홍경은 "수어를 하면 서로 눈을 뗄 수 없는데 눈을 바라봐야만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있다. 그런 지점에 유념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또 "끝나고 나서도 그런 잔상이 많이 남았다"며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 헤아린다는 것을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떠올렸다.
김민주는 "새로운 문화를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대사 외 대화에서도 수어를 해서 일상생활에도 녹이려고 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수어 연기를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촬영 전엔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하면서 소리가 없으니 사람의 눈과 표정을 집중해 보면서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반엔 음성이 없어 빈 곳을 채우려고 고민했고 사운드와 음악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청설'은 오는 11월 6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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