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원격의료 관련 규제가 거의 없다. 글로벌 회계기업 딜로이트의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소비자의 44%가 과거 1년 동안 1번 이상 원격 진료를 경험했다. 약 배송(온라인 약국 서비스)을 택한 소비자는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30%가 넘었다.
국내에선 지난 2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범위가 초진까지 확대됐다.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진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였다. 하지만 약 배송 서비스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장애인, 65세 이상 장기 요양 등급자, 희소 질환 환자 등만 이용할 수 있다. 이동이 어려워 원격 진료를 택한 환자 중 상당수가 직접 약국을 방문해 약을 타야 한다는 얘기다.
원격의료 시장의 또 다른 구성원인 의사들은 약사들과 입장이 다르다. 비대면 진료를 도입한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 5월 내놓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1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와 함께 약 배송도 허용돼야 한다고 답한 의사가 71.7%에 달했다.
국내에서 비대면 의료 사업의 확장이 힘든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앞다퉈 해외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 7월 일본에서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시작한 닥터나우는 야마토운수, 사가와익스프레스 등 택배회사와 함께 약을 배송하고 있다. 아이베브는 연 99달러의 구독 모델로 미국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룰루메딕은 베트남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메디히어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사업하다가 국내에선 규제에 막히자 성과가 나타나는 미국에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헬스케어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규제로 끙끙대는 사이 해외로 헬스케어 기술도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주완/고은이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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