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공항경제권' 키우는데…인천공항은 홀로 발버둥

입력 2024-10-28 17:53   수정 2024-10-29 00:28

인천국제공항 일대를 세계적인 산업·물류·예술 허브로 키우려면 공항경제권 육성에 관한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공항시설법과 경제자유구역법 등은 산업 육성보다 토지 개발 인허가에 초점을 맞춰서다. 인천공항 주변에선 항공정비(MRO) 및 첨단물류, 복합엔터테인먼트, 미술산업 관련 단지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해외 주요 공항, 공항경제권 법률 제정
28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과 경쟁하는 해외 주요 공항을 보유한 국가들은 별도 공항경제권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체계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섰다.

대만 정부는 2009년 ‘타오위안공항 지구개발법’을 마련하고 특수목적법인을 출범시켜 공항경제권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공항 자유무역지대에 DHL 등 국제 물류 기업을 유치했다. 마이스(MICE)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를 집중적으로 끌어들여 공항을 ‘문화창의과학공항’으로 만들겠다는 게 이 법률의 목표다.

미국에선 콜로라도주와 덴버시가 손잡고 ‘덴버국제공항 경제권’을 육성 중이다. 콜로라도주와 덴버시는 2015년 정부 간 협정(IGA)을 맺어 공항 주변 행정구역을 정비했다. IGA를 통해 덴버 시내와의 교통 연계 방안 및 제조업, 재생에너지, 엔터테인먼트, 호텔 등 기능별 개발 계획을 세워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공항경제권의 첨단연구교육단지가 유명한데, 스타트업 창업과 신기술 공급 등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은 정부와 암스테르담시, 공항공사, 항만공사가 지분을 나눠 가진 특수목적법인 SADC가 운영한다. SADC가 공격적으로 활동하면서 공항 주변에 175개 국제본부와 990개 글로벌 기업 본사가 포진했다. 김웅이 한서대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권역별 단지 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려면 공항경제권 기본계획이 필요하고, 특례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발의된 ‘공항경제권 법률’
국내에서도 공항경제권 관련 법률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항공업계, 학계,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은 지난 6월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공항경제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인천공항뿐 아니라 국내 14개 모든 공항에 적용되는 공항경제권 활성화 법률이다. 이 법률엔 국토교통부에 공항경제권위원회를 설치하고, 시·도지사가 공항경제권 구축을 위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 시행자에게 조세·부담금 감면 등 혜택을 주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법률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내년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와 상임위원회 통과를 목표로 배 의원 측이 인천상공회의소와 함께 관련 세미나 행사에 이어 내년 초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인천공항공사도 특별법 제정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항공산업과 연계된 기업 유치에 관한 방안이 담긴 법률이 제정된다면 인천공항경제권이 활성화하고, 수도권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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