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은 결손금을 안고 있다. 야구단을 운영하면서 돈을 까먹고 있다는 뜻이다. 기아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즉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SSG 랜더스의 작년 감사보고서엔 다음과 같은 주석이 달려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80억원 초과합니다. 기업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모기업 지원을 빼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 유니폼, 헬멧, 모자 등에 그룹 계열사 이름이 들어간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게 제작하고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 특수관계자 거래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외에 9개 구단은 특수관계자 매출이 전체의 30~50%에 이른다.
어쩔 수 없는 시장 규모의 차이가 있다. MLB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둔 리그다. KBO는 내수용이다. 최근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 힘입어 해외 팬도 생겨나고 있지만 MLB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시장 규모 차이는 중계권료 차이로 이어진다. 올해 KBO 중계권료는 990억원이다. MLB는 폭스와 7년간 51억달러(약 7조원)의 중계권 계약을 맺고 있다. 각 구단이 지역 방송사와 별도로 맺는 중계권 계약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서울 잠실구장의 최대 수용 인원이 2만5000명이다. MLB 구장은 대부분 4만 석이 넘는다. 관중 객단가도 한국은 1만5000원이고, 미국은 100달러 이상이다. 한국 프로야구팀은 모두 구장을 빌려 쓴다. 지방자치단체에 임차료를 내거나 구장 건설비를 지원한다. 구장 내 매점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지자체와 나눠 갖는다. MLB에선 8개 팀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고 임차료도 한국보다 낮다.
프로야구가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는 없을까. 올해처럼 흥행 대박이 나면 입장료 수입과 굿즈 판매가 늘어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입장료 인상이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지만, 기업 이미지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수익과 인기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기 힘든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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