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이버 보안株 고공행진…국내 기업은 '찬바람'

입력 2024-10-28 17:44   수정 2024-10-29 00:55

미국 증시에서 사이버 보안주가 강세를 보이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오르고 있다. 반면 국내 상장 사이버보안주는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하고 있다.

AI 확산에 美 보안주 상승세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글로벌사이버보안 INDXX’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5.32%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수익률은 35.72%에 달한다. 이 ETF는 사이버보안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유일한 국내 상장 ETF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과 관련 ETF를 담고 있다.

최근 미 증시에서는 사이버보안주 몸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팰로앨토네트웍스는 한 달 새 주가가 7.21% 상승했다. 지난 6개월간 수익률은 24.89%에 이른다.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로지스는 한 달 동안 7.44%, 지난 6개월간 37.68% 올랐다. 클라우드플레어는 지난달 말부터 지난 25일까지 9.73% 뛰었고, 지스케일러와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같은 기간 각각 8.2%, 7.18% 올랐다.

이들 기업은 최근 신종 사이버보안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며 전체 시장이 커졌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공격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초 홍콩에서 한 다국적 기업이 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사기범이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회사 고위 경영진의 얼굴에 속아 한 직원이 2억홍콩달러(약 356억원)를 송금했다.

‘모든 것의 디바이스화’도 사이버보안 서비스 수요가 커지는 이유다. 유럽 56개국은 지난 7월부터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사이버보안 관리 체계 인증을 의무화했다.

미국 사이버보안 기업은 자체 AI 기반 보안 플랫폼과 서비스를 출시해 매출을 키우고 있다. 팰로앨토네트웍스는 2024회계연도 4분기에 AI를 비롯한 차세대 보안서비스 연간반복매출(ARR)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지스케일러 매출도 같은 기간 30% 늘었다. AI 데이터 보호 부문을 비롯해 신규 사업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보안주는 주춤
국내 사이버보안주의 주가 동향은 시원찮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한 달간 주요 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하락했다. 이 기간 파수는 6.23% 내렸고, 이글루(-3.85%), 윈스(-3.37%), 지니언스(-1.22%)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이버보안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이버보안 업체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이라며 “AI 관련 신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워 아직은 차세대 서비스 매출이 급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간 주요 기업의 매출은 늘었지만, 인건비도 증가해 영업이익이 쪼그라들면서 연구개발(R&D)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일부 기업은 기존 제품 가격을 인상해 R&D 투자금 등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국내 사이버보안 대장주 기업인 안랩은 내년 1월부터 주력 상품 V3의 기업용 제품군 구독료를 25% 인상한다고 16일 밝혔다. 안랩이 제품 구독료를 올리는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안랩 주가는 7.05% 올랐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사이버보안 기업은 대형화와 수출 비중 확대가 주가 상승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기반 정보보안 서비스는 트렌드에 맞는 제품과 기술력만 확보하면 해외 진출이 용이한 만큼 수출 확대를 이루는 기업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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