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발왕·중동 패션대모…46개국 한인 경제인들 모였다

입력 2024-10-28 17:53   수정 2024-10-29 01:34


‘아프리카 가발왕, 오만의 신드바드, 중동의 패션 대모….’

28일(현지시간) 열리는 28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개막식에 맞춰 46개국 89개 도시에서 맹활약하는 재외 한인 기업인들이 속속 오스트리아 빈에 집결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추진하고 KOTRA가 공동 주관하며 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다음달 1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월드옥타 소속 기업인만 850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해외 진출을 원하는 ‘K중소기업’ 제품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보부상 역할을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수출 판로 개척은 물론 신한류 열풍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한국 문화콘텐츠, 음식, 예술 등 한민족의 문화 역량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진출 가교 되겠다”
이번 행사엔 한국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재외 한인 기업인이 대거 참석한다. ‘아프리카 가발왕’이자 케냐 재계 8위 기업인 최영철 사나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1984년 혈혈단신으로 케냐에 정착해 무역과 가발 사업으로 회사를 키운 인물이다. 통가발보다 현지인이 선호하는 붙임머리 형태 가발을 저렴하게 판매해 빠르게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10개국에 공장을 세웠고, 동아프리카 가발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엔 헤어, 피부, 화장품 등 뷰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국내 중소기업을 돕고 싶다”며 “가발 수요가 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는 데도 시간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패션 대모’로 불리는 정숙천 토틀리소스인터내셔널 회장도 중동 지역의 ‘K 열풍’을 이끄는 한류 전도사다. 정 회장은 중동 최초의 한국 제품 전용 상점인 ‘K스타일 숙’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상점은 한국 화장품과 전통공예품, 의류, 미용품 등을 취급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정 회장은 “K팝 열풍을 바탕으로 ‘제2 중동 붐’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한국과 중동을 잇는 가교가 되겠다”고 밝혔다.

원양어업 업계에서 유명한 김점배 알카오스트레이딩 회장도 행사에 참석한다. 김 회장은 소설 아라비안나이트의 주 무대인 오만에서 43년간 머물며 원양어업으로 성공해 ‘오만의 신드바드’로 불린다. 그는 오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원양선단을 운영하며 한국 이탈리아 일본 등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거상이 됐다. 김 회장 역시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의 멘토가 될 예정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한인경제인 행사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진두지휘하는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월드옥타 회장)은 유럽에서 유명한 한인 기업인이다. 영산그룹은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20여 개국에서 자동차 반제품과 관련 부품을 생산하며 연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은 “K푸드, K뷰티 등 중소기업들에 해외 진출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북미에선 이경철 미국 웨일엔터프라이즈 회장이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 대표로 나선다. 그는 미국 5000여 개 병원에 주사기와 정맥 치료 백신을 공급하는 웨일엔터프라이즈LLC와 주류 무역 유통을 담당하는 웨일엔터프라이즈, 목재 가공업체인 글로벌우드스틱 등 연매출 7000억원의 그룹을 운영 중이다. 미국 내 한인 사업가들의 도우미를 자처하는 이영중 월드옥타 이사장도 힘을 보탠다.

이번 대회에는 해외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인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한인 경제인이 모인다. 참석자가 가장 많은 18차 인도네시아 발리 대회 643명보다 207명(32.2%) 많은 850명이 참석한다. 한국 중소기업 역시 역대 최다인 400개 부스를 세워 수출 기회를 엿본다. 대회 기간 전 세계 바이어와 K중소기업 간 수출 상담은 2500여 건 잡혀 있다.

빈=최형창/박재원/김우섭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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