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가 올해 한국프로야구 최강 팀으로 우뚝 섰다. 기아는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4승을 먼저 따내며 7년 만에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올해 정규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한 기아는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해 통합 챔피언이 됐다.
기아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7-5로 승리했다. 이로써 기아는 7전4승제 한국시리즈에서 4승1패로 다섯 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기아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자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통산 12번째다. 해태는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1997년까지 총 아홉 번 우승했다. 2009년엔 기아 간판을 내걸고 첫 우승을 했고, 2017년에 이어 7년 만인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을 세웠다. 기아는 열두 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모두 우승하는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기아는 37년 만에 안방에서 홈팬들과 함께 우승 축포를 터뜨리는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기아는 가장 많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수집한 명문 구단이지만 광주 홈에서 우승을 확정한 건 이전까지 1987년 단 한 번뿐이었다. 나머지 열 번 가운데 아홉 번은 잠실, 한 번은 대전(1991년)에서 우승 축배를 들었다.
이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2019년 은퇴 후 일본과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고, 2021년부터 기아의 2군 총괄 및 타격코치로 일했지만 지도자로서 경험이 많지 않은 초짜였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경질되면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게 된 이 감독은 시즌 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던 기아의 유일한 불안 요소였다.
하지만 이 감독은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걱정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프로야구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인 이 감독은 동생 같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며 어수선한 분위기의 팀을 금세 하나로 뭉치게 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결단을 내릴 땐 확실했다. 필요할 땐 선수 교체와 2군행 지시 등의 과감한 카드를 꺼내며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기아는 ‘함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모기업 기아의 가치관을 정확히 실현하며 올 시즌 내내 승승장구했다. 과감한 한계에 도전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해 달려온 기아는 지난달 중순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고, 한국시리즈에선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기아는 올 시즌 성적은 물론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홈 관중 125만9249명으로 종전 최다인 2017년의 102만4830명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아울러 30차례나 홈 만원 관중 기록을 세워 2009년의 21회 매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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