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블루카본(Blue Carbon)’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광지로 주목받는 맹그로브 숲, 다양한 생태계의 서식지인 염습지, 해양 생물의 서식지이자 산란지로 활용되는 해초밭 등이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블루카본의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김, 미역, 다시마를 포함한 해조류도 ‘탄소해결사’다.
해조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자신을 구성하는 유기물로 전환하고, 성장 후에는 해저에 가라앉아 장기적으로 탄소를 심층에 저장한다. 그야말로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장 경제적인 탄소흡수원이다.
우리나라에도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블루카본이 있다. 바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각양각색의 해조류 종들이 서식하는 우리나라 동해안이다. 동해안은 깊은 수심과 높은 투명도로 해조류를 이용한 기후 변화 대응과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의 정책과 연구는 시작 단계이다. 동해안 해조류 자원의 전략적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구환경 보호와 국가적 경제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탄탄하고 지속가능한 연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해양생태계가 어떤 경로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저 어디에 얼마만큼의 해조류 기원 탄소가 저장되어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심층적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하다. 이런 과학적인 노력은 우리 동해안을 세계적인 블루카본 연구 중심지로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국제 공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기후협약상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까지도 강화된 체계에 따라 UN에 온실가스 통계를 2년마다 제출해야 한다. 해조류의 탄소 흡수와 저장에 대해 다수의 국가가 한목소리를 내야 UN에 의미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협력군이 필요하다.
셋째, 지역민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해조류 보호와 이식작업, 서식지 복원의 주체는 지역민이다. 그 성과만큼 공인기관에서 인증서(carbon credit)를 발급하고, 대기업은 지구 환경보호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그 크레딧을 구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기업은 큰돈 안들이고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가능하고, 지역민들은 크레딧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주말에 부모와 함께 해조류 이식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자신이 번 돈으로 학용품도 사고 지구환경을 지켰다는 자긍심도 챙긴다. 생태계 보전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을 높이고, 후세대에 지구를 지켜나갈 방법을 일러주는 진정한 실천과 교육이 될 것이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EU 탄소국경세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가가 팔 걷고 나서야 할 때다. 우리나라 블루카본 활용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구심점으로 국비 420억원을 들여 환동해 블루카본센터를 설립하기로 국회에서 작년 결정했다. 포항시 구룡포항에 2027년 센터가 완공되면 경북대가 위탁 운영한다. 해조류의 탄소흡수·저장에 대한 기반 연구와 함께 국제협력을 위한 블루카본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 아래에 있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해조류와 블루카본 생태계는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해조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우리와 우리 아이들, 지구의 미래를 책임질 탄소 해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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