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의성읍 도동리에 설립돼 5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산업유산 성광성냥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부활하고 있다.
성광성냥공장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성냥 공장으로 과거 1970~80년대 의성에서는 가장 큰 공장이었다. 1970년대 16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할 정도로 번성했으나 가스라이터에 밀려 사양산업이 되면서 2013년 가동이 중단됐다.
2014년 경북도의 산업 유산으로 지정된 공장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 유휴공간 문화 재생 대상지 공모에 선정돼 사업비 160억원을 확보하면서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다. 의성군은 18억원을 들여 공장을 매입했다. 이 사업을 통해 2027년까지 성냥공장 박물관, 복합커뮤니티 센터, 주민 활동공간을 차례로 만든다.
성냥 제조공장이었던 축목부 건물에는 1950~1970년대 근대 건축공간을 재현해 성냥공장 전시체험관을 만든다. 성냥갑 제조와 인쇄소로 쓰였던 대갑부 공간은 공유작업실, 소규모 공연장, 어린이 창작공간이, 외부창고는 마을주민 공동작업장이 들어선다. 식음료와 생산품의 판매시설도 계획돼있다.
지난 7월 말 1차로 의성 성냥공장의 모서리부와 기숙사 공간을 리모델링해 개소식을 가졌다. 의성슈퍼푸드 마늘축제가 열렸던 지난 4~5일에는 ‘성냥공장 열리는 날’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사업 완료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프로그램의 예행연습 개념이다.
가장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성냥공장 해설극이었다. 과거 이 공장에서 일하며 성광성냥 공장의 역사를 함께 했던 근로자들이 직접 해설탐방을 하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지금은 생일 케이크에서나 볼 수 있는 성냥이 대형 윤전기에 의해 생산되고 종이와 나무로 된 곽에 일일이 담겨 대량으로 전국에 유통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시간여행을 떠났다.
1985년께부터 28년간 일하며 반장까지 지냈던 김문주 씨(65)는 “처음에는 의성군 단촌면에서 출퇴근하다 기숙사로 들어와 일했다”며 “80년대 월급이 30만원대였으나 야간 잔업까지 해 100만원을 받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성냥공장은 의성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다”며 “공장이 잘 될 때는 근속연수만큼 반지를 주고 10년이 되면 제주여행까지 보내줬다”고 말했다.
경북의 산업 유산으로 지정되지 않고 의성군이 공장과 기계를 매입하지 않았으면 팔려 간 공장과 기계와 함께 사라질 뻔한 산업화 시대의 이야기들이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 근로자들의 입으로 생생히 살아났다.
성냥공장의 윤전기 등 기획전시와 함께 뒷마당에서는 성냥공장 펍도 운영됐다. 의성의 청년 기업 호피홀리데이가 생산한 수제맥주와 할머니들이 세프의 지도로 만든 의성마늘 불고기피자, 복숭아 고르곤졸라 피자, 의성 성냥공장 도시락 등의 메뉴가 판매됐다. 생일 케이크, 성냥 키링·수제성냥 만들기 등의 체험도 곁들여졌다. 스카프, 에코백 등 자체 생산 문화상품과 성냥공장 맥주, 성냥 빵 등 협력 업체 문화상품도 전시 판매됐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성냥공장의 문화재생사업은 지역의 유휴자원을 활용해 국민들에게 근대 산업 유산과 관련된 역사와 이야기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근대 산업 유산에 새로운 콘텐츠를 더해 이색적인 관광명소이자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의성=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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