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두산밥캣에 대해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지배구조 재편 혼돈 속에 실적마저 당분간 부진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29일 '각오했던 것보다도 조금 더 부진한 실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고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부진한 실적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의 주력시장인 북미에서 지난 3년간 이례적 호황이 만든 높은 기저와 구매자들의 투자심리 냉각으로 당분간 매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두산밥캣의 투자포인트가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성, 북미 시장 경쟁력이었음을 감안하면 주가 반등에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앞서 두산밥캣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2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7.8% 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4.9% 줄어든 1조7777억원, 순이익은 66.0% 감소한 64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모든 제품과 지역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제품별로는 주력인 소형 장비 매출이 9억6700만달러(약 1조333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고, 산업 차량과 포터블 파워는 각각 22%, 17% 줄어든 2억5700만달러(약 3544억원)와 8100만달러(약 1117억원)를 기록했다.
모두 직전 분기 대비로도 감소한 부진한 성적이다. 모든 제품이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 경기 둔화로 수요 약세를 이어 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4분기 실적 개선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매출은 고금리에 따른 수요 감소 등 외부 불확실성과 딜러 재고 감축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생산량 조정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가중에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실적은 주요 매출처인 북미지역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를 38% 밑돌았다"며 "올 4분기까지는 재고조정 기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 3분기 실적은 북미 대선, 금리인하 기조, 재고 조정에 따른 판매 감소로 어닝 쇼크 수준"이라며 "유럽의 경기 부진, 신흥국 고금리 지속에 따른 판매 위축으로 전 부문에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4만6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한 단계 내린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단기 매수)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두산밥캣은 지배구조 개편 혼란 속에 지난 5월 장중 6만23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현재 3만7000원대로 거의 반토막 난 상태다. 이날도 3분기 실적 부진에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장중 4%대 하락하기도 했다.
인터넷 종목 토론방에선 주주들의 토로가 이어지고 있다. 주주 사이에선 "실적 만큼은 확실했는데 3분기는 충격 수준", "이런 흐름이면 4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가파르게 떨어져 '물타기'도 겁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이전하는 지배구조 재편안을 내놨다.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다.
앞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겠다는 지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소액주주 반발과 금융당국 압박으로 포기한 뒤 대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두산밥캣의 실적이 악화돼 분할합병으로 예상했던 시너지 효과와 재무적 안정성 확보까지 우려에 처하게 됐다.
이 연구원은 "지배구조 재편의 혼돈 속에 실적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 대선을 지켜보면서 연말까지 관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두산밥캣은 전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예고 공시를 내고 연내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자들을 달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제반 주주환원 정책을 종합적으로 준비해 공시할 것이고, 배당 가능 재원을 고려한 특별 주주환원 여부도 필요시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과 함께 시너지 실현 방안 등도 투명하게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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