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달러(약 4만 원)에 제조가 가능하도록 해 비만약 단가를 낮추는게 목표입니다. 당뇨약은 월 1회, 먹는 비만약은 주 1회로 투여 주기를 늘려 복용 편의성을 높였습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개최된 '2024 코넥스시장 상장법인 합동 기업설명회(IR)'에서 김종균 프로젠 대표는 "비만약 후속주자로서 단가를 크게 낮춰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국내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는 한달 처방 가격이 50만~80만원선으로 형성돼 있다. 프로젠은 제조 단가를 4만 원 수준까지 낮춰 저렴한 비만약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비결은 수율에 있다. 프로젠의 핵심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PG-102의 경우 리터당 생산수율이 7g로 매우 높다. 1L에서 총 7g의 항체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단일항체 생산수율의 경우에도 5g를 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PG-102는 이중항체다. 김 대표는 "고효율 생산 공정으로 치료제 제조 원가를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PG-102는 프로젠의 장기지속형 다중표적 융합 단백질 플랫폼 기술인 '엔티그(NTIG)를 기반으로 개발한 비만·당뇨약이다. 김 대표는 "초기 기술을 10년 넘게 고도화했다"며 "비임상을 통해 당뇨약은 월 1회 투여, 비만약은 월 2회 투여, 먹는 비만약은 주 1회 투여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약동학·약력학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조만간 시작될 임상 2상의 중간 결과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공개된다.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14개 병원에서 11월 말부터 투약을 시작할 계획이다. 144명의 비만 및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김 대표는 "어제 임상에 돌입하기 위한 연구자 미팅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PG-102가 같은 표적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질랜드파마와 비교해도 체중 감량 효과가 우수하고,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보다 근손실 효과가 적다"고 설명했다. 안전성도 우수하다. 약동학적으로 경쟁 약물에 비해 오심, 구토 등의 부작용 사례가 적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 이유로 김 대표는 "PG-102는 약물 투여 후 혈중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는 시간(Tmax)이 96시간으로 경쟁 약물(24시간)에 비해 4배 이상 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임상 1상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증명해 다른 비만약과 달리 단계별 용량 증량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당뇨약은 낮은 용량에서 점차 용량을 늘리는 식으로 투여해 부작용을 줄인다.
프로젠은 해당 비만약을 먹는 형태로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라니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RPG-102는 내년 상반기 호주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라니는 약물을 특수한 캡슐에 담아 먹는 형태로 만드는 '라니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장에서 캡슐이 분해되면서 마이크로니들이 노출돼 약물이 장내 흡수되도록 하는 원리다.
프로젠은 내년 하반기 임상 3상에 돌입하고 2027년경 국내 및 아시아 지역에 비만약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상 3상에 돌입하는 대로 미국·유럽 임상도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이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지난해 11월 코넥스 상장한 프로젠은 내년을 목표로 코스닥 입성에 도전한다.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iM증권이다. 내년 2분기 기술평가를 거쳐 4분기 안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유상증자 등 보다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임상 2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흑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김 대표는 "개념증명(PoC) 결과를 확인하는 대로 조기 기술이전할 것"이라며 "내년 2건 이상의 기술이전을 위해 유한양행 및 중국 기업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프로젠의 지분 34.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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