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만난 박 감독에게 소싯적 작품으로 추구하려 했던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예술가로서 ‘날’이 서 있었다”며 “이야기로 감성을 일으키는 연극보다 인간을 탐구하고 파고드는 작품들에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작가주의 성향을 드러냈던 박 감독은 지난 4월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다. 반년 동안 그는 예술가보다 국립 문화단체의 수장으로서 면모를 강하게 풍겼다. 박 감독은 “저의 극단이나 팬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며 “이제는 스토리도 명확하고 대중적인 관심을 끌 만한 작품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립극단은 ‘관객추천지수’를 활용해 재공연할 작품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관객추천지수는 극단 공연을 본 관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설문조사를 수치로 보여준다. 국립극단은 이들 수치로 관객이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을 구분한다.
박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은 2년 반 동안의 목표를 묻자 박 감독은 “한국 연극의 해외 진출”을 꼽았다. 그는 올해 ‘국제교류전문 PD’ 시스템을 도입했다. 연출가가 작품 제작에 집중한다면, 국제교류전문PD는 해외 유명 연극제와 페스티벌의 예술감독과 네트워킹 형성을 전문적으로 맡는다. 박 감독은 “국제교류전문PD를 채용해 중국 일본 프랑스 등의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6년부터는 해외 페스티벌에서 국립극단의 작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극이 문화적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말의 리듬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좋은 번역을 거치면 세계 무대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도 번역에 공을 들여서 해외 독자에게 인정받았잖아요. 대한민국 국립극단도 한국에 머물지 않고 세계 무대에 오르는 위상을 가지도록 노력할 겁니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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