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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 사건 해결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 등 국가 주도의 공적 집행에 의존하던 공정거래 문제 해결이 민사적 구제 수단, 특히 손해배상소송 중심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집행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도입된 3배 배상제는 기업에 과징금 이상의 위협이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 집행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 행정처분과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에 주로 의존해왔다. 이러한 공적 집행 중심의 접근 방식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는 가능했으나, 실제 피해자들의 손해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한계를 보여왔다. 특히 공정거래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력만으로는 적시에 모든 사건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민사적 구제 수단 중 하나인 손해배상소송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현재도 여러 가지 입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 주요 내용 4가지를 간략히 살펴보도록 한다.
"실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라"
첫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3배 배상제도의 도입이다. 2019년 9월 19일 이후 발생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의 3배까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히 실손해 배상을 넘어 징벌적 성격을 가미한 것이다. 아직은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 사례가 많지는 않으나, 앞으로 대부분의 공정거래 손해배상소송은 3배 손해배상을 구하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 경우 손해를 배상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피해자들이 더욱 활발하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주목할 만한 변화는 자료제출명령제의 도입이다. 담합이나 불공정거래행위(부당한 지원행위 제외)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이제 위반행위자에게 손해 입증이나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다.
영업비밀 보호라는 방패막이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업은 영업비밀 자료라도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피해자들이 겪어왔던 입증의 어려움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로는 피해자들의 입증 부담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과거에는 계량 경제학적 분석 방법을 통한 엄격한 손해액 입증이 요구되었으나, 최근에는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손해액 산정이 시도되고 있다. 경질유 담합 손해배상소송에서의 대법원 판결 이후 이러한 경향은 하급심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는 피해자들의 소송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소송제' 도입 땐 손배소송 쓰나미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될 수 있는 것이 집단소송제의 도입 논의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한정된 집단소송제도를 공정거래 분야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한 피해자가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나, 개별 소비자들이 승소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고액의 소송비용을 감수하며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개별 소송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공정거래 분야 집단소송 관련 입법 논의는 22대 국회 이전에도 여러 차례 진행됐다가 무산된 바 있다. 특히 3배 배상제와 자료제출명령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소송제까지 도입된다면, 공정거래 손해배상소송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업들에는 한층 강화된 법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실효성 있는 권리구제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공정거래 손해배상소송과 관련된 실무 동향과 입법 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 위반에 따른 리스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기업들은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춘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공정위 제재는 피했다 하더라도 후속 손해배상소송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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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법무법인(유) 광장 변호사 I 서울고등법원(공정거래, 형사부패·선거, 상사·기업 전담부 등),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고법판사 또는 판사로 재직하며 실무에 정통했다. 특히 담합,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불공정거래행위,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하도급법 위반, 표시광고법 위반 등 다양한 공정거래 사건 처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법무법인 광장 공정거래송무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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