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부회장 건너뛰고 신세계㈜ 회장 승진…백화점-이마트 계열분리 [종합]

입력 2024-10-30 11:04   수정 2024-10-30 13:38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오른쪽 사진)이 30일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장이 된 지 9년 만이다.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어머니인 이명희 그룹 회장은 총괄회장으로서 기존처럼 총수 역할을 이어간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 등 경영위기 속에서 정유경 사장의 회장 승진을 계기로 그룹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원톱’ 체제에서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 두 개의 축으로 분리됐다.
정유경 회장은 누구
신세계그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5년 그룹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지난 3월 취임한 정용진 회장의 실질적인 첫 정기 인사이기도 하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이 돼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왔다. 이번 인사로 부회장 직위를 건너뛰고 회장 자리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정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경 신임 회장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과 함께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려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여온 오빠 정용진 회장과는 대조적이다. 대부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이나 외부 활동을 맡기고 본인은 전체적 방향 설정 등의 역할에 집중해왔으나 회장 승진 이후 대외 노출을 확대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유경 회장은 1972년생으로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비주얼 디자인 전공으로 입학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선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 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조선호텔에 상무로 입사했다가 2009년 신세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취임했다 . 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매장 디자인·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수입을 주도했다.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JAJU)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세계 그룹은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 계열을 분리한다.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돼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명희 총괄회장은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분할하고 장남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회장에게 백화점 사업을 각각 맡겨 '남매 경영'을 하도록 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20여년간 순차 증여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2019년엔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을 신설했다. 이마트와 신세계 지배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의 주요 계열사로는 SSG닷컴(쓱닷컴), G마켓(지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신세계푸드, 조선호텔&리조트 등이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며 신세계디에프(면세점)와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뷰티),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등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뒤 꾸준히 성장해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이 7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화두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했다고 그룹은 자평했다.

이마트는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519억원 증가했고 연간 기준으로 2020년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가 계열 분리를 통해 성장의 속도를 한층 배가시킬 수 있는 '최적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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