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30일 15: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조5000억원 규모의 '폭탄 유상증자'를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회에 현대자동차 인사는 불참했다. 해당 인사는 지난 2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2조6634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의결할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대표적인 우군으로 꼽히는 현대차가 최윤범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내놓는 무리수에 부담을 느껴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이날 연 이사회엔 이사진 총 13명 중 11명이 참석했다. 고려아연의 기타비상무이사인 김우주 현대자동차 기획조정1실장과 사외이사인 성용락 태평양 고문이 불참했다. 이들은 지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의결한 지난 2일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 실장과 성 고문이 이사회에 불참한 건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안건이 향후 배임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의결에 찬성한 이사진을 이미 형사 고소한 바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도 지난 2003년 법원의 판단으로 제동이 걸린 적이 있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현대차와 최 회장 측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0%(공개매수 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의 대표적인 백기사로 꼽힌다. 다만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백기사임을 인정한 적이 없고,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두 차례나 이사회에 불참하면서 현대차가 '진짜' 백기사가 맞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이미 공개매수에 응해 지분 일부를 팔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화(7.75%)와 LG화학(1.89%), 한국투자증권(0.77%), 한국타이어(0.75%) 등 최 회장 측 우군으로 불리는 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이들의 보유 지분은 대거 희석되고, 주가 하락으로 보유 지분가치도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자기자본을 활용해 단순 투자 목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차익 실현 기회를 포기했다면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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