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과잉 진료도 '비대면진료' 탓하는 의사협회

입력 2024-10-30 17:34   수정 2024-10-31 00:17

“처방전은 의사들이 내주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과잉 진료를 ‘유도’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사사건건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가 이번엔 노보노디스크가 지난달 국내 출시한 비만약 ‘위고비’ 처방을 둘러싸고 또다시 화살을 겨눴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비급여 과잉 진료를 과도하게 유도한다는 게 이유였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탈모, 다이어트, 여드름 등 미용 관련 비급여 진료를 유도하는 수위가 심각한 지경이라는 것이다. 대표적 과잉 처방 사례로 위고비를 꼽았다. 그러면서 “사실상 환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전문의약품을 손쉽게 취득해 남용하고 있다”며 “과연 이것이 본래 비대면 진료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헬스케어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비급여 과잉 진료, 전문의약품의 과잉 처방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9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마약성 식욕 억제제 ‘큐시미아’ 과잉 처방이 대표적이다. 당시 병·의원은 환자의 체질량지수(BMI)를 확인하지도 않고 처방해줘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처방하는 주체도 의사들이다.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가 억울해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일부 병·의원이 암암리에 해오던 비급여 과잉 진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때문에 투명하게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 주장처럼 플랫폼 업체들이 ‘유도’한 게 아니라 ‘구린 의료계 현실’이 들춰진 것이라는 얘기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할 말은 또 있다. ‘화상진료’ 기능이다. 전화통화로 진료하다가 의사가 필요하면 화상통화나 대면 진료를 요청할 수 있다. 오진, 과잉 진료 등을 막기 위한 장치다. 안전장치를 마련해놨음에도 일부 의사가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 사고 등에 대해 ‘자체 징계권’을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전문가 집단인 만큼 자율 정화의 순기능이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과잉 처방을 일삼는 의사들의 자정 노력은 염두에 없다. 비대면 진료 덕분에 환자들이 누리고 있는 편의성도 뒷전이다. 결국 남 탓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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