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많은 헬스케어 데이터가 쏟아지자 도쿄대, 지바대, 국립암연구센터는 2019년 가시와노하에 ‘라이프 사이언스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했다. 작년엔 일본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튜링이 둥지를 틀었다. 내년엔 자동화 기기 부품 제조사인 SMC가 연구 거점을 열기로 했다. 가시와노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후미히코 세타 도쿄대 교수는 “스마트시티 성공을 위한 관건은 기술만이 아니다”며 “시민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스마트시티가 초고령화 사회 도시 재생을 위한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 부족은 일본이 직면한 어려움 중 하나다. 일본버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민영 버스회사 127곳 가운데 80%가 노선을 감축했다. 미에현에 있는 인구 4만5000명의 다키군은 아예 자율주행차량만 운행하는 도시로 변모 중이다.
가시와노하 등 ‘주민참여형 스마트시티’가 공을 들이는 또 다른 분야는 헬스케어 데이터 축적이다. 가시와노하 중심에 있는 마을건강연구소 ‘아시타’는 노인들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이 자신의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칼로마마플러스’ 앱에 올리면 인공지능(AI) 영양사가 재료를 분석해 건강한 식단을 조언해준다. ‘비트핏’을 통해서는 750가지 이상의 운동 프로그램을 따라 할 수 있고, ‘메디컬노트’ 앱으로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실버 데이터’의 거대 저장소인 셈이다.
첨단 정보기술(IT)에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팩스의 나라’ 일본이 스마트시티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인구 고령화 덕분이다. 건강·교통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노동력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취재에 동행한 박윤미 서울대 건설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수차례 등장한 스마트시티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사람을 압도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빅테크 기술을 등에 업은 스마트시티들이 최근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지원을 받은 사이드워크랩스가 캐나다 퀘이사이드에 건설하려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2020년 첫 삽을 뜬 지 2년 반 만에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주민 반발로 좌초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의 로보택시 ‘크루즈’, 알파벳의 ‘웨이모’가 보행자 충돌 사고, 잦은 정차로 인한 교통 체증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미쓰이부동산은 가시와노하를 모델로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을 수출할 방침이다. 최근 대만 신베이시, 필리핀 카비테시, 스리랑카, 코트디부아르, 탄자니아 등의 스마트시티 담당자들이 가시와노하를 방문해 도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가시와노하·다키=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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