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국과수 차량안전실장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다던 서울 시청역 사고도 이 실험을 통해 똑같이 검증했다”고 했다. 브레이크 페달은 차량 전자장비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오류가 날 확률이 ‘0%’에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첨단 장비로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감식하고,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하는 ‘급발진 주장 사고’ 검증 과정을 이날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아홉 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같은 사건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운전자가 차량 이상을 주장하는 사례도 늘어서다.
하지만 이런 사고 대부분이 인간의 오류에서 비롯된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제동 시스템이 무력화돼 브레이크가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더라도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으면 차는 반드시 정지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 교통과엔 2020년부터 지난 9월까지 급발진을 주장하는 370건의 사건 의뢰가 들어왔다. 이 중 원인 규명이 가능한 316건이 모두 운전자가 액셀과 브레이크를 혼동한 페달 오조작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4건은 2010년 이전에 출시돼 EDR이 없거나 차량 훼손이 심해 감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국과수는 EDR이나 ECU가 없는 오래된 차량도 급발진 여부는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사고 대부분은 운전자 신발 밑창에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을 밟은 모양(슈마커)이 나타나서다. 시청역 사고가 급발진이 아님을 규명한 스모킹건도 밑창에 찍힌 가속 페달 문양이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실장은 “사고 상황에서 운전자가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신발 밑창에 열 변형이 일어난다”며 “지난 8월에도 비슷한 사건 하나를 페달 문양으로 (급발진이 아니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국과수는 최근 이런 ‘급발진 주장 사고’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급발진 주장 사고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들이 사고 뒤 차량 이상을 원인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을 통해 접수되는 감정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국과수에 접수된 감정 요청만 102건으로 작년 전체 사건(105건)에 육박했다.
국과수는 급발진이 성립하려면 △ECU가 페달 신호를 잘못 받아들이고 △브레이크 기계 장치가 듣지 않는 오작동이 겹쳐야 하는데 이럴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전 실장은 “급발진의 발생 가능성은 운석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며 “차량이 이상하게 움직인다면 대부분 차량이 아니라 운전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운전자가 급발진이 의심될 만한 상황에선 “우선 페달에서 발을 떼라”고 권했다.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내려 발이 어떤 페달을 밟고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으면 사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원주=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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