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검증된 원전, 계속 가동하게 英·佛처럼 제도 고쳐야"

입력 2024-10-30 17:47   수정 2024-10-31 02:30


윤석열 대통령이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최초 운전 허가 당시 설정한 수명)이 다하더라도 안전성이 검증되면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고치겠다고 30일 약속했다. 무작정 가동을 중단하면 신규 건설 비용 등의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또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 정상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 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 참석해 “최초로 허가된 설계수명이 지나면 폐기한다는 탈원전 정책 탓에 계속운전 심사를 받을 수 없었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고리 2호기와 3호기가 멈춰서 있고, 2026년까지 총 5개의 원전이 멈춘다”며 “이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산업계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선진 사례를 참고해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계속 가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고리 2호기는 지난해 4월, 고리 3호기는 지난달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2022년 4월과 9월에 각각 이들에 대한 계속운전을 신청했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을 설계수명 이후에도 가동하려면 만료일 2~5년(지난해 법 개정으로 현재는 5~10년) 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운전 신청을 해야 한다. 한수원은 늦어도 2021년 고리 2호기에 대한 계속운전을 원한다고 신청해야 했지만, 현 정부 출범 전까지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에서 신청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심사가 지연되면서 원전이 가동 중단된 상황이 벌어졌다.

월성 2호기와 한빛 1호기 등도 조만간 설계수명이 만료되지만, 원전 운영사들은 문재인 정부 때 계속운전을 신청할 엄두도 못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은 계속운전 심사를 통과하면 연장되는 가동 기간(현행 10년)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원전을 80년간 운영할 수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안전만 보장되면 기간 제한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계속운전 심사를 통과하면 최소 20년은 추가로 가동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정치로 인해 원전산업의 미래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고,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23일 발의한 이 법에는 원전산업 지원 근거와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한 원전산업 발전기금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신한울 3호기와 신한울 4호기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첫 착공한 원전이자 지난 정부가 내세운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이다. 2017년부터 5년간 건설이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2월 대선 후보 때 울진을 방문해 공사 재개를 약속했고, 정부 출범 이후 인허가 작업이 재개됐다. 정부에 따르면 신한울 3호기와 4호기로 인해 올해에만 1조원의 자금이 집행됐다. 내년부터 일감이 확대돼 2025~2027년 모두 3조6000억원이 발주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이 참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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