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불러올 미래는 익숙한 지식을 뛰어넘는 창의성을 요구한다. 창의성은 자율성 속에서 싹튼다. 인도공과대(IIT) 뭄바이 총장을 지낸 수바시스 차우두리 석좌교수와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입을 모아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한 이유다.
○“대학 독립적인 권한 보장해야”
차우두리 교수는 30일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 전성시대, 이들을 배출한 인도공대의 교육철학과 한국 대학 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IIT는 대학 운영을 결정하는 사르카르 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권한과 보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자율권이 있었기 때문에 최고 수준의 교육 혁신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1951년 설립된 IIT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등 글로벌 기업의 리더를 다수 배출한 인도 최고의 명문 국립대다. 차우두리 교수는 2019년부터 올해 5월까지 IIT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뭄바이 캠퍼스 총장을 지냈다.
IIT는 미국 실리콘밸리 성장에 크게 기여한 대학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IIT 졸업생이 창업한 스타트업만 551개에 달한다. 세계 대학 가운데 17위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서울대는 78위에 이름을 올렸다.
차우두리 교수는 IIT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로 학문적 자유 보장, 기숙형 캠퍼스를 통한 몰입 환경 조성,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연구 지원, 리더십 교육, 강력한 동문 네트워크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인도 전역에 23개 캠퍼스를 둔 IIT는 학생 선발부터 교육과정까지 전 영역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IIT와 달리 국내 국립대에서는 규제가 자율성을 압도하고 있다. 유 총장은 “국내 국공립대는 정부 지원을 받는 동시에 규제도 받는 구조”라며 IIT가 독립성을 유지해온 동력을 궁금해했다. 차우두리 교수는 ‘자율성’과 ‘대학 내부 통제’의 조화를 비결로 꼽았다. 그는 “법과 규칙에만 얽매여서는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창의적 인재를 키울 수 없다”며 “자율권을 넘겨받은 대학이 내부적으로 엄격한 통제를 유지하면서 학문적·사회적 성과를 냈기 때문에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학생 등 다양성이 창의력 원천”
대학의 자율성뿐 아니라 학생의 교과 선택 자율성도 창의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차우두리 교수는 “학생들이 교수에게 어려운 질문을 잔뜩 던져 능력을 평가한 다음 수강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자유로운 학풍이 형성돼 있다”며 “교수들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 교수법과 교과 과정을 개선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IIT는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우두리 교수는 “기숙사 교실 실험실 등 공간을 24시간 개방해 언제든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두 사람은 교수와 학생의 다양성 확보가 대학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유 총장은 “창의성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현된다”고 말했다. 차우두리 교수는 “정원의 최소 20%는 여성으로 채울 수 있도록 입학 제도를 바꾸고 외국인 학생 선발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안시욱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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