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10년 만에 반토막…핵심인재 해외 유출 심각"

입력 2024-10-30 18:27   수정 2024-10-30 18:50


“2013년부터 한국 영재교육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영재성 계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유치원과 초·중학교에서의 영재교육은 씨가 마른 수준입니다.”

조석희 미국 세인트존스대 교수행정지도자학과 교수는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영재교육법’ 세션에서 “영재교육이 엘리트 교육으로 오해받고 ‘사교육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영재교육 시스템 개발 관련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전문가다.

한국의 영재교육 대상자 수는 2013년 12만1421명에서 지난해 7만627명으로 41.8% 감소했다. 조 교수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선 영재교육 비중이 각각 3%, 15%에 달하지만 한국에선 1%에 불과하다”며 “인적자원밖에 없는 한국이 영재교육을 줄이면서 핵심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재교육 강국’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은 1970년대 교육부 산하에 영재교육국을 만들었다.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스라엘이 살아남기 위해선 영재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메나헴 나들러 이스라엘 교육부 영재교육국장은 이날 발표에서 “영재교육의 주요 목표는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과 과정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 공감대도 중요한 교육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영재교육이 단순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걸 넘어 사고력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졌다. 이신동 순천향대 특수교육과 명예교수는 “한국 영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하는 것”이라며 “교과 내용을 중심으로만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나들러 국장은 “영재교육의 핵심 원칙은 비판적이고 창의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영재들이 소그룹으로 짝을 지어 서로 질문을 던지고 비판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영재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AI를 최대한 잘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조 교수는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AI로 숙제를 푸는 학생들을 두고 교수들이 고민에 빠졌다”며 “당시 ‘학생들이 챗GPT를 최대한 잘 활용해서 질 높은 결과물을 얻어내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재교육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협력에 의한 창의성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AI를 개발하고 혁신하는 건 결국 인간”이라며 “AI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만큼 영재교육을 강화해 인간 지능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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