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가 고령자 민간임대주택인 '실버스테이'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60세 이상이 응급 서비스나 식사 서비스를 받으면서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주변 시니어 레지던스 시세의 95% 가격으로 제공되지만, 식사 및 생활지원 서비스 비용은 별도로 발생합니다.
서울시는 역세권 어르신안심주택을 추진 중이며, 역세권 350m 이내에 시설을 건립하면 주변 시세의 85% 이하 가격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실버공유주거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 대부분 지역은 지원이 있더라도 높아진 토지비와 공사비를 감안할 때 사업자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도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이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새로 건물을 건설하려면 계속 상승하는 공사비와 토지비, 고금리를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 여기에 식사비 및 간병인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중산층 노인 입주자가 이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일까요?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내 집에서 살다 죽고 싶다'는 응답자 비율이 83.5%에 달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가장 편안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성향이 강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던 집에서 계속 살아가고, 그 집을 자녀나 손자, 손녀에게 물려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직장, 자녀 교육, 교통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고령층이 따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층과 자녀들이 함께 살 가능성이 낮고, 이로 인해 고령층을 돌볼 수 있는 서비스가 더욱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려면 엄청난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기에 중산층을 위한 '실버스테이' 정책이 마련되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서울이나 대도시에서 사업성이 나오기 힘든 실정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시니어 하우징을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방법은 비어 있는 상가나 꼬마빌딩을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것입니다. 기존 건축물을 재활용하면 비용을 크게 줄여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 등으로 인해 상가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이러한 기존 건축물을 활용할 방안으로도 적합합니다.
실제로 8·4 대책에서는 '비어 있는 상가나 오피스를 주거용도로 전환할 경우 주차장 면제를 하고 리모델링 비용에 대한 저리 융자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시니어 하우징 수준의 커뮤니티 시설이나 식사 서비스, 요양 서비스 등을 추가하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빠르고 저렴한 시니어 하우징이 공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어 있는 상가 소유자나 꼬마빌딩 소유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거나 전문 운영 기관에 위탁함으로써 임대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역세권 안심주택이나 청년주택에 이러한 시설이 들어가면 증축이나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역세권 외의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시니어 하우징이 공급되고, 다양한 연령대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커뮤니티형 도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토지비와 공사비 등이 많이 상승해 저렴한 주택을 새로 짓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처럼 기존 건물을 현재 필요한 용도로 재활용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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