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에 따르면 노 관장 측은 "원고는 이 사건 재산분할에 SK 그룹의 존망이 달린 것처럼 호도하지만 이는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원심의 판결은 주식 분할이 아닐뿐더러 설령 주식의 처분으로 인해 원고의 지분이 감소하더라도 이는 기업과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이미 사업을 운영하고 있거나 자산이 많은 사람들은 그 유지·형성 경위를 불문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특유재산 주장을 남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지난 8월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에서 주장한 '원심의 특유재산의 추정 번복에 관한 법리 오해'에 대한 반박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 "SK 주식 취득에 대한 대가를 부담하는 등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걸 입증할 책임은 노 관장에게 있음에도 항소심 재판부가 법리를 오해해 증명 책임을 최 회장에게 전도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 관장 측은 "원고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와 우리 법과 판례의 확립된 태도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독자적 견해와 논리 조작을 통해 사업용 재산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재산만은 재산분할에서 제외되는 불가침의 재산인 것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반박했다.
법조계·산업계에선 항소심의 재산분할액 판단이 상고심에서 확정될 경우 산업·경제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어, ‘기업과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노 관장 측 주장을 놓고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은 17.73%로, 전체 가치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항소심에서 결정된 재산분할액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양도소득세 등을 포함해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의 90% 이상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을 제외한 SK 그룹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8%에 불과해 최 회장 보유 지분 매각 시 그룹 지배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는 2003년 ‘소버린 사태’로 한 차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소버린이 SK㈜ 주식을 14.99%까지 사들여 단일 주주로는 최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것이다. 최 회장 측은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소버린은 1조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재계에서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최 회장이 SK㈜ 지분을 대량 매각할 시 소버린 사태와 같은 경영권 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펀드 운용 규모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인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주식을 매집 중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의 지배구조를 넘어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까지 해외 기업사냥꾼의 타깃이 될 우려가 있다" 전했다.
한편 이혼소송 본안 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간은 11월 8일까지다. 가사사건의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은 90%에 육박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특유재산 인정 및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유입 여부 등 쟁점이 복잡해 본격적으로 심리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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