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내달 4일 코리아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12종과 상장지수증권(ETN) 1종을 상장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올들어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두자릿 수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증시는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등 극심한 한국 증시 소외 양상이 이어지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조치다. ETF의 성공을 위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증권 유관기관이 2000억원 규모의 밸류업 펀드를 조성하는 데도 협의했다. ETF의 성공 여부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이미 관련 종목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데다 강력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대형 우량주가 지수에 다수 편입된만큼 장기 투자한다면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금융투자협회, 코스콤은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 관련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5개 기관이 10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자금을 매칭해 총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 펀드는 밸류업 ETF와 구성 종목, 밸류업 공시를 했지만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종목에 투자한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가 9개나 동시 출시되는만큼 사실상 운용보수가 낮은 운용사 상품에 투자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탁원본액이 가장 큰 미래에셋자산운용(2040억원)과 KB자산운용의 운용 보수가 0.008%로 가장 낮다. 신탁원본액 2위(1130억원)인 삼성자산운용도 0.0099%의 낮은 운용 보수를 내세웠다.
반면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주주환원에 인색했던 기업이 다수 편입되는 등 밸류업 지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거래소가 연내 지수 리밸런싱에 나설 예정인만큼 종목 편출입에 따라 ETF 주가도 출렁일 수 있다. B운용사 본부장은 “2000억원의 펀드 자금은 시장의 움직임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20조~30조원 규모의 거대한 기금 자금이 유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 밸류업 관련 종목 주가가 이미 급등한 것도 문제다. 지수 편입종목인 신한지주는 올들어 27.8% 올랐다. 최근 중국이 기업을 대상으로 강력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문하면서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도 국내 밸류업 ETF에는 악재다.
심성미/배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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