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오른다는데 어쩌나"…출산 앞둔 산모들 '발 동동'

입력 2024-10-31 16:35   수정 2024-10-31 17:00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신 12주차 박모 씨(31)는 출산 후 2주간 이용할 산후조리원을 구하지 못해 한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집 주변 조리원 다섯 곳이 모두 아이가 태어날 내년 6월쯤엔 ’만실이고, 예약 대기도 걸 수 없다’고 답해서다. 그는 “수소문 끝에 예산의 두 배가 넘는 700만원에 집에서 먼 조리원을 겨우 예약했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을 구하지 못하는 임산부와 산모가 늘고 있다. ‘고물가 저출생’의 여파로 기존 조리원들이 속속 문을 닫는 데다, 운영되는 조리원은 끝없이 요금을 높이고 있어서다. 최근 출산율이 ‘깜작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산모의 걱정을 없앨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간 산후조리원 ‘폐업 러시’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52개 2020년 512개 대비 11.7%(60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매해 6월과 12월 두 번 전국 산후조리원의 영업 여부와 주소, 가격 등을 조사한다.

조리원 수는 2021년 492개, 2022년 480개, 2023년 469개로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0.78(합계출산율)’까지 내려간 저출생의 여파가 커서다. 운영비의 60~70%에 달하는 인건비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산후조리원은 보통 1000㎡가량으로 운영되는데,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한 명당 네명의 신생아를 돌본다는 걸 감안하면 최소 인원 10~15명이 필요하다. 이들의 월 인건비 2000만~3000만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조리원이 많다는 것이다.

산모들이 조리원을 더욱 구하게 힘들게 된 이유는 살아남은 산후조리원들은 경영난을 타개하려 동시에 받는 산모를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방식을 펴고 있어서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출생률이 줄고 매출 빠지다 보니 십여년 넘게 수년간 운영해오던 업체들이 문 닫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런’에 ‘원정 산후조리’까지
이미 산모들에게 ‘산후조리’는 필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핵가족화가 일반화하면서 출산 후 돌봄을 함께 사는 다른 가족에게 맡기지 못하게 된 데다, 절대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고령 산모’도 늘어서다. 복지부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산모 81.2%가 ‘조리원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조리원 수가 줄고, 남은 조리원의 가격도 치솟다 보니 산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비교적 저렴하다고 알려진 곳은 임신 초기부터 ‘예약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다. 인천 송도동에 사는 김모 씨(34)는 “집 근처 조리원에선 ‘연계 병원(산부인과)에서 출산해야만 받아줄 수 있다’고 해서, 예산을 한참 넘겨 400만원대 조리원을 잡았는데 이곳도 예약했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시군에선 조리원이 아예 없어 산모가 수십㎞를 이동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의 66%인 257개가 서울시와 경기도에 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99곳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는 ‘사막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비싼 산후조리원의 대안으로 민간 조리원 대비 요금이 반값인 공공산후조리원을 짓고 있지만, 전국에 21곳 밖에 없어 역부족이다. 지난 8월 출생아 수가 2만9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한 가운데, 이런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산모의 부담을 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석재은 한림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폐업하는 민간 조리원을 인수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활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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