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유형은 점입가경이다. 전남 광양의 한 신축 아파트는 바닥이 평탄하지 못해 보수공사를 여러 차례 했는데도 여전히 바닥이 기울어져 물건들이 굴러다닌다. 대구의 어느 신축 단지는 비상계단이 규격에 맞지 않아 뒤늦게 계단을 깎아 냈다. 광주 동구의 새 아파트 화장실엔 변기가 없었다. 이처럼 기가 막힌 사연들이 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공사의 완성도를 낮추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건설 현장의 특성상 섬세한 마무리 작업과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숙련된 기술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노임이 저렴한 비숙련 외국인과 고령자가 채우고 있다.
국내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수도권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30%이며 지방은 60%가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체류자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외국인 비중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데다 일까지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손짓발짓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광경이 됐다. 급기야 서울시는 공공 건설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 실시간 통역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밀한 작업 지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장 인력의 악화는 품질 저하와 부실 시공뿐 아니라 안전사고 발생 우려까지 높이고 있다.
공사 현장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중국 시멘트로 한국 아파트를 짓는 날이 곧 올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온다.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인력 수급 문제는 건설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기능 인력을 육성해 공급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등 고용시장의 전반적인 개선이 시급하다. 숙련공이 대우받는 환경을 만들어 건설 현장이 ‘저임금 고위험’이라는 인식을 깨뜨려야 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인한 공사비 부족 같은 관행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최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새 아파트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신축 하자도 급증하고 있다. 하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건설 현장의 인력 문제부터 꼼꼼하게 다시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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