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에 650㎞"…현대차 수소車 27년 노하우 결실

입력 2024-10-31 18:03   수정 2024-11-05 11:10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연료전기차(FCEV) 개발에 나선 건 1998년이었다. 변방의 작은 기업이 전기차도 없던 시절 미래 기술에 도전한 건 “미리미리 준비해야 시장이 열릴 때 잡을 수 있다”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강력한 드라이브 덕분이었다. 그렇게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 체제를 갖췄고 2018년 수소차 전용모델 ‘넥쏘’를 내놨다.

현대차가 내년에 선보일 넥쏘 후속모델의 콘셉트카를 31일 공개했다. 성능과 디자인 등에서 훨씬 업그레이드된 수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앞세워 수소차 시대를 연다는 구상이다.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수소차 콘셉트카 ‘이니시움(INITIUM)’을 처음 공개했다. 장 사장은 “1998년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이후 현대차가 27년간 흔들림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수소 가치에 대한 올곧은 신념 때문”이라고 했다.

이니시움은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차세대 넥쏘의 방향성을 담은 콘셉트 모델이다. 현대차는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시작, 처음’을 뜻하는 라틴어 이니시움을 차명으로 달았다. 현대차는 11월 열리는 중국 광저우 모터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 등에도 이 차를 출품할 계획이다.

이니시움에는 현대차가 27년간 축적한 수소 기술이 압축적으로 들어갔다. 구름 저항이 작은 타이어를 장착해 주행가능거리를 650㎞ 이상으로 늘렸다. 전 세계 수소차 가운데 최장이다. 연료전지시스템과 배터리 성능을 끌어올려 최대 150㎾의 모터 출력을 구현했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8초.

디자인은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로 요약된다. 수소의 순수하면서도 강인한 본성을 철에 빗댄 것이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이니시움의 디자인은 안전하면서도 청정한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램프 디자인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의 심벌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적용해 수소차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대(代)를 잇는 ‘수소 사랑’
정 명예회장은 1998년 수소차 개발을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이름을 ‘머큐리’(수성)로 지었다. 태양의 위치에 있는 선두업체들을 따라잡겠다는 꿈을 담아 태양과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2005년엔 수소 연구개발을 위해 환경기술연구소(마북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연구소를 방문해 “돈 걱정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 보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2018년 내놓은 수소차 전용 모델 넥쏘는 현재 글로벌 수소 승용차 누적 판매량 1위에 오를 정도로 인정받았다.

수소 사업에 힘을 쏟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올해 초 HTWO를 발표하고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그리드(Grid)’ 비전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수소사업에 그룹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수소차 연구개발 27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수소 헤리티지 전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오는 17일까지 일반 고객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고양=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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