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 만에 매진?" 우르르…명품도 아닌데 '오픈런 대란' [영상]

입력 2024-11-01 19:30   수정 2024-11-01 20:53

"온라인 사전 예약은 경쟁이 너무 치열하더라고요. 결국 실패해서 백화점 오픈 한시간 전부터 와 줄을 서고 있습니다. 혹시 현장에선 예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20대 김모씨한모씨 커플)

1일 오전 10시2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더현대서울 앞. 백화점이 문도 채 열기 전이지만 100여명의 인파가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샤넬·에르메스 등 어지간한 명품 오픈런 행렬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모였다.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트리를 구경하기 위해서다.


이날 올해 처음 문을 연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트리는 SNS족들 사이에선 연말 인증샷 성지로 유명하다. 매년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리는데 지난 24일 열린 1차 예약에선 3만여명이 몰리면서 14분 만에 마감됐다. 현장 웨이팅도 백화점 문을 열기 전 오전 일찍부터 방문해야만 구경할 수 있다. 관람 비용은 무료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예약 입장권을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구한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날 직접 본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유럽의 동화책 삽화를 현실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줬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출했다. 지난해 연출한 'H빌리지가' 고객이 작은 상점이 들어선 골목골목을 누비는 구조였다면, 올해는 서커스단이 알록달록한 천막을 치고 고객을 맞이하는 '움직이는 대극장'으로 꾸몄다.



입구에는 티켓부스가 있다. 실제 서커스에 들어서는 것처럼 티켓부스를 지나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다채로운 색상의 천막들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천장에는 놀이동산처럼 열기구가 떠다녔다. 더현대서울은 높이 7m, 너비 5m 정도의 열기구 모형 에어벌룬 6개를 헬륨가스를 대량으로 주입해 공중에 띄웠다.

통상 서울지역 백화점들이 외관에 조명과 영상으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연출한다면 더현대서울은 점포 내부에서 장식을 선보이면서 보다 아기자기한 감성을 더했다.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동화적인 감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움직이는 대극장 안에서는 영상 디자인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나무, 천 등을 활용한 실물 장식물들이 가득 차 있다. 이번 연출을 총괄한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Visual MerchanDiser)는 "영상은 나왔다 사라져버리지만 움직이는 대극장은 보고, 만지고, 향기 맡는 오감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했다"며 "고객들이 이곳에 왔을 때 완전히 몰입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이야기도 녹여냈다. 이번 장식은 주인공인 곰 캐릭터 '해리'가 열기구를 타고 움직이는 대극장을 찾으러 떠난다는 설정을 담았다.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조형물)를 활용해 생동감을 불어넣은 것도 특징이다.

티켓 부스를 거쳐 입구에 들어서면 천막으로 된 마술극장, 묘기극장, 음악극장을 차례대로 경험할 수 있는데 극장마다 다양한 캐릭터가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연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붉은색 벨벳 천막의 대극장 안에는 중앙에 놓인 8m 높이의 대형 트리가 360도 회전하고 그 주변을 한발 자전거를 탄 토끼, 한 발로 회전을 하는 곰 '헤리', 작은북을 치는 코끼리 등의 캐릭터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더현대서울의 내부 크리스마스 연출의 강점 중 하나는 매출 증대 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주로 외벽 장식에 힘을 주는 것과는 반대되는 전략인데, 고객이 추운 밖이 아닌 입장을 기다리며 점포 내에서 쇼핑을 하는 만큼 관람객을 실제 고객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

움직이는 대극장 곳곳에서는 해리 곰 인형, 머그잔, 열쇠고리 등 현대백화점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비롯한 굿즈도 판매한다. 이번 연출을 위해 현대백화점은 유럽에서 한창 크리스마스 장식을 볼 수 있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미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리는 셈이다. 공사는 지난달 한 달간 진행했다.

정 VMD는 "1년간 공들여 준비했다"며 "건물 안에 공사 장비를 들여올 수 없는 만큼 목이 긴 기린 이 그려진 패널 같은 건 1층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서 들여오고, 도르래로 거대한 장식을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서커스 천막도 실제 서커스에서 사용하는 패브릭(천)을 사용했고 장식물 하나하나 일러스트가 작가의 그림을 3D 프린팅해 꾸몄다"며 "자세히 보면 정말 세밀하게 작업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움직이는 대극장은 다음달 31일까지 운영된다. 오는 7일엔 2차 예약을 받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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