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데뷔 HUG, 연이은 잡음…저가 수수료 논란

입력 2024-11-01 14:31  

이 기사는 11월 01일 14:3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 데뷔를 준비 중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의 의견 충돌로 사상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연기된 데 이어 HUG가 출자한 리츠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저가 수수료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달 허브제1~4호위탁관리리츠의 공모채 발행 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올해 안에 총 49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게 목표다. 허브리츠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자(子)리츠 투자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해 설립된 모(母)리츠다. 주택도시기금 전담 운용기관인 HUG가 이번 회사채 발행 작업을 맡았다. HUG가 원리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제공해 ‘AAA’ 신용도가 책정됐다.

문제는 입찰 과정에서 저가 수수료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독 주관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은 입찰이 가능한 가장 낮은 수준의 발행 주관사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공사채 발행 수수료는 1bp(bp=0.01%)다. 총 4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만큼 약 4900만원의 수수료를 증권사가 받는 게 일반적이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수수료는 이보다도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업계 관행과 비교해 50분의 1 수준에서 수수료가 책정됐다”며 “아무리 일반 기업이 아닌 공기업 채권이라도 해도 증권사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과도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HUG가 채권발행 비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과정에서 증권사의 수수료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는 이번 회사채 주관사 선정을 위한 평가 항목으로 △사업수행 능력 △총액인수 역량 △가격평가(발행주관사 수수료)를 내세웠다. 특히 가격평가 부문에서 증권사가 제안하는 수수료가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제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공고문에 따르면 가격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수수료를 최저로 적어내야 했다"며 " NH투자증권이 최저 수수료를 제시하면서 가격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 최종 주관사로 선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HUG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연기한 것도 과도한 채권발행 비용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HUG는 신종자본증권 공모 과정에서 최대 연 4.1%의 금리를 제시했다. 최대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을 조달을 위해선 연 4%대 금리를 통해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를 자극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동안 HUG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린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발행 금리가 책정된 것에 금융당국이 부담을 느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발행시장(DCM)에서 증권사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증권사 실적을 책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흔들리면서 증권사들이 대거 DCM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어서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도 주관사를 따내기 위해 저가 수수료도 감수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대형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HUG가 채권시장에서 조달 경험이 없는 만큼 잡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주관 수임 수수료가 계속 낮아지면 IB 서비스의 질적 하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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