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새 여객기 도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보잉은 연초부터 품질 문제로 항공기 인도가 지연된 데 이어 최근엔 노동조합의 파업까지 벌어졌다. 에어버스의 생산 속도 역시 부진해 인도하지 못한 여객기 숫자가 불어나고 있다. 향후 항공편 좌석 부족으로 항공권값이 급등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현지시간)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항공기 제조기업 보잉은 올들어 9월까지 고객사에 인도한 제트기가 377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초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해 올해 보잉은 약 700대의 제트 항공기를 항공사에 인도해 약 50억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보잉은 대규모 생산 차질을 빚고 있고, 이익은커녕 3분기까지 7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보잉과 함께 글로벌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는 에어버스도 인도 실적이 부진하다. 에어버스는 올들어 9월까지 500여대의 여객기를 납품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에어버스가 약 800대의 항공기를 인도해 70억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은 연말까지 올해 총 770대의 항공기를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으나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를 종합하면 보잉과 에어버스가 올해 인도하기로 했으나 납품에 실패한 항공기는 총 353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까지 가면 이 숫자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보잉 기계공 노동조합은 지난 9월부터 파업 중인 탓에 연말까지 인도가 무산되는 여객기는 연말까지 최소 400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주요 항공사들의 여객 수용 능력과 항공료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숫자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세계의 모든 항공사가 운영 중인 여객기를 합쳐도 약 2만4000여대에 불과하다. 올해 이미 도입이 무산된 353대의 여객기를 감안하면 올해 납품이 무산되는 항공기 숫자는 전체 항공기 수의 약 2%에 가깝다.
이 같은 우려는 상반기부터 제기됐다. 보잉 737 계열 제트기만 운용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483대의 737Max 기종을 주문했고 올해 86대를 인도받을 예정이었으나 연초부터 차질이 빚어졌다. 애트모스피어리서치그룹(Atmosphere Research Group)의 헨리 하르테벨트 분석가는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항공사가 계획했던 항공기 확보에 실패해 항공편을 최대 용량으로 운항할 수 없다면 항공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 달 넘게 파업 중인 보잉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사측으로부터 4년 동안 임금 인상 38%와 1만2000달러의 추가 보너스를 제안받았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4일 이 제안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해 파업 계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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