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불륜 문제를 놓고 B씨와 싸우다 두 차례에 걸쳐 폭행하기도 했다. B씨가 휴대전화를 주지 않자 실랑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몸 위로 올라가 손으로 목을 눌렀다. 그 뒤에도 자신의 불륜 증거가 저장된 B씨 휴대전화를 숨기고 돌려 주지 않다 다퉜고, 이때도 B씨 목을 손으로 눌렀다.
A씨는 폭행과 관련해 법원에서 벌금 50만원이 확정됐다. B씨는 A씨의 불륜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위자료 2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보면 A씨와 불륜 상대방은 B씨에게 자신들의 사이를 들키자 잠시 이별했다 다시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씨는 해임 처분에 불복해 검찰총장을 상대로 법정 다툼에 나섰고, 법원은 A씨를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징계 수위가 높다는 이유다. 검찰이 징계사유로 삼은 사항들 중 폭행 2건 가운데 1건과 대검찰청 감찰에 불응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징계 수위도 그만큼 낮춰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불륜 행위와 나머지 폭행 1건에 대한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고은설)는 "공무원 징계기준을 보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징계는 '파견-해임', 비위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엔 '강등-정직'으로 규정돼 있다"며 "간통죄가 위헌이 되면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런 행위가 불법에 해당해도 피해자는 A씨의 배우자이고 이는 기본적으로 사적인 영역"이라고 봤다.
이어 "A씨는 동료와 부정행위를 하고 배우자와 다투다 폭행하는 등 공무원 품위를 손상했고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지만, 단순한 애정관계를 넘어 업무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것이거나 정상적 업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며 "공무원 지위를 영구히 박탈하는 해임으로만 국민 신뢰의 보호와 같은 공익상 필요를 실효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2심 판결은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징계 수위는 징계 사유와 그에 따른 결과, 유사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결정하더라도 작은 변수 하나에 부당징계가 될 수 있다.
A씨보다 불륜 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 경찰관 사례에선 징계 조치로 강등 처분이 이뤄졌고 법원이 이를 정당한 결정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에선 불륜 행위뿐 아니라 근무수당·출장여비 부당 수령이 징계 사유로 꼽혔다.
경찰서 경무과에서 일한 경위 C씨는 여경 D씨 주거지를 총 518회 찾았고 이 가운데 237회는 초과근무시간에 이뤄진 밀회로 밝혀졌다. 이 사실은 C씨 아내가 구글 타임라인을 일자별로 캡처한 다음 전북경찰청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징계는 통상 여러 가지 사유를 근거로 이뤄진다. 법조계에선 이 때문에 불륜 행위에 따른 품위유지의무 위반만을 징계사유로 삼을 땐 경징계로 처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 품위유지 의무 수준이 민간기업보다 높게 요구되는 공무원·공공기관 종사자라 해도 불륜을 이유로 무작정 파면·해임과 같은 중징계를 하긴 어렵다.
민간기업도 취업규칙을 통해 품위유지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무원·공공기관 종사자보다 요구되는 기준점이 낮다.
사내 불륜인지, 직장 외 인물과의 불륜인지도 중요하다. 사내 불륜일 경우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한 사유로 징계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직장과 관련 없는 외부 인물 사이에서 불륜 행위를 저질렀다면 직장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공무원은 품위유지 의무 범위가 민간기업보다 더 넓고 민간기업에서 취업규칙에 '품위유지 의무'를 규정해도 사용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며 "불륜은 어떻게 보면 사생활 영역이어서 대외적으로 이슈가 되고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 정도에 이르러야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을 텐데, 단순히 불륜 행위 자체만으로는 징계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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