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00원, 3만원. 가격대가 이렇게나 차이나는 와인을 한자리에 모은 뒤 와인 라벨을 가리고 잔에 따른다. 무슨 와인인지 아무런 정보 없이 와인의 맛을 느껴본다. 와인의 가격을 알아맞힐 수 있을까. 7900원짜리 와인이 3만원이 넘는 와인보다 맛있게 느껴지는 의외의 상황이 일어날까.
최근 와인 수입업체 신세계L&B는 강남구 신사동 도운스페이스에서 미디어 대상으로 ‘칠레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신세계L&B의 ‘G7’ 등 국내 주요 수입사의 대표 칠레 와인 브랜드 와인들을 대상으로 화이트와 레드 각각 5종씩 총 10종의 와인을 준비했는데, 라벨을 가리고 오직 내용물만 잔에 따라 시음하게 해 와인을 추측할 수 없도록 철저히 가렸다. 번호를 매겨 차례로 마셔보고, 각자의 느낌을 작성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건 향이 약한데, 좀 더 저렴한 제품일 것 같아.” “다 비슷한데 사실은 가격 차이가 없는 것 아닐까.” “이건 프랑스 와인 같은데, 1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가성비 와인일리 없어.” 좀처럼 맞히기 어려운 부분들이지만, 그동안 와인을 마셔본 경험에 비추어 맛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날 시음한 화이트 와인 종류는 ‘G7 샤도네이’, ‘뷰마넨 사도네이’ ,‘1865 샤도네이’, ‘몬데트알파 샤도네이’, ‘에라주리즈 MAX 샤도네이’였다. 레드 와인은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 ‘G7 까베르네 소비뇽’, ‘뷰마넨 까베르네 소비뇽’, ‘에라주리즈 MAX 까베르네 소비뇽’, ‘1865 까베르네 소비뇽’을 맛봤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은 무엇일까. 화이트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샤르도네 품종 대상)에선 나라셀라의 몬테스알파 샤도네이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아영FBC의 에라주리즈 맥스와 하이트진로의 뷰마넨 순으로 나타났다. 각각 가격을 확인해보니 1위부터 2만9000원, 3만3000원, 2만6000원이었다.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으로 테이스팅이 진행된 레드 와인 세션에선 하이트진로의 뷰마넨이 1위를 기록했고, 몬테스 알파, 에라주리즈 맥스가 뒤를 이었다. 각각 2만6000원, 2만9000원, 3만3000원 순이다. 또 어떤 와인이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지도 점수도 매겨봤다. 이 부분에선 각자 취향이 다른 만큼 선호도가 꽤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 궁금한 것은 7900원짜리가 높은 선호도를 얻을 수 있을까였다. 물론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높은 가격대(3만원대)인 와인과 점수 차이가 크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성비 면에서 우수한 편이었던 것이다.
7900원짜리 와인은 G7 시리즈다. 신세계L&B는 G7을 칠레 와인의 가성비 특징을 살린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2021년 판매량은 280만병을 기록했으며 2022년 240만병, 2023년엔 196만병 팔렸다.
와인업계는 가성비 제품으로 칠레산 와인을 주목하는 추세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포도주 수입량은 칠레가 7442t(톤)으로 가장 많다. 이어 스페인(7238t) 프랑스(6207t) 이탈리아(5603t) 미국(3841t) 순이다. 김진수 신세계L&B 상품전략 팀장은 “전 세계 와인 시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칠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칠레 와인 수입 비중이 가성비를 이유로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L&B는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면서 국내 와인 시장이 침체했지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G7을 앞세워 입문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팀장은 “가격과 품질이 정비례하는 것이 아닌 것을 보여주기 위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준비했다”며 “G7은 와인에 입문하는데 훌륭한 라인. 낮은 가격대의 와인은 작은 요인에도 가격이 춤을 출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바는 따라올 수 없는 가격으로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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