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500장 vs 자금분석"…이스타홀딩스, 제주항공에 138억 배상확정

입력 2024-11-03 13:25   수정 2024-11-03 16:07

<h1 level="1"></h1>대법원이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무산 책임을 이스타홀딩스에 물어 제주항공에 138억원을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스타홀딩스의 계약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은 감액한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와 대동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낸 금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본 2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M&A 협상부터 법적 공방까지

제주항공은 2019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양사는 체불임금 등 비용 책이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제주항공은 결국 매각 포기를 결정하고 2020년 9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대주주인 대동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인수 포기에 따른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제주항공의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광장(박재현·백정화·윤용준·임서영 변호사)이 맡았다. 2심에서 피고 이스타홀딩스 측은 법무법인 해광과 호민이, 대동인베스트먼트는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했다.
'증거 대결'서 승기 잡은 제주항공

소송의 최대 승부처는 '진술·보장 위반'의 책임 소재였다. 이스타홀딩스 측은 500장이 넘는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며 "모든 조치가 제주항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측 광장은 자금흐름 분석과 문서 생성 시점 추적이라는 '팩트 체크' 전략으로 맞섰다. 박재현 변호사는 "이스타항공이 제시한 녹취록은 대화 내용을 맥락과 다르게 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광장은 제주항공이 강제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라 아니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이미 인력구조조정안이 작성됐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자금일보 수급현황' 분석을 통해 제주항공에서 파견한 자금관리인이 자금집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잔고 부족이 원인이었음을 입증했다.


손해배상액은 115억→23억 감액 확정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강민성)는 이스타홀딩스의 계약 위반을 인정하고 계약금 115억원에 손해배상예정액 115억원을 더한 230억원 전액 지급을 명령했다. 대동인베스트먼트에는 4억5000만원을 제주항공에 지급하라고 했다. 주요 위반 사항으로는 ▲항공기 리스료 등 860억원 채무 불이행 ▲직원 임금 188억원 미지급 ▲일부 노선 운항시각 반납 미고지 등이 지적됐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제18민사부(재판장 정준영)은 계약 위반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손해배상액을 20%(23억원)로 감액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주된 원인이었고 제주항공도 이를 인지했던 점, 계약금 대부분이 이스타항공 운영에 투입된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적절하다고 보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 이수지 대표가 이끄는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에 총 138억원을 지급해야 하게 됐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M&A 무산 이후 2021년 2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가 성정에 인수됐고, 현재는 VIG파트너스가 새 주인이 되어 지난해 3월부터 상업 운항을 재개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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