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디올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올 3분기 대부분의 상품 매출이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와인·주류는 7%, 패션·잡화가 5%, 시계·보석은 4% 줄었다. 하지만 화장품·향수 등 뷰티 부문은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 올 3분기 관련 매출이 20억1200만유로(약 3조100억원)로 3% 늘었다. 세계적인 명품 소비 감소 추세에도 ‘작은 사치재’는 각광받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e커머스 등 주요 유통사를 중심으로 럭셔리 뷰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럭셔리 뷰티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 건 LVMH뿐만이 아니다. 구찌, 생로랑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도 올 3분기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하지만 뷰티 법인 케링보테가 있는 ‘아이웨어 앤드 코퍼릿 디비전’ 부문 매출은 32% 늘었다. 케링그룹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세우고, 10억유로 이상을 들여 프랑스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를 인수했다.
명품업계에선 고가의 뷰티 상품이 유독 잘 팔리는 게 ‘립스틱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립스틱 효과란 경기 침체기에 립스틱처럼 소소한 상품의 매출이 느는 현상을 뜻한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장기화로 판매 단가가 높은 명품 패션과 가방 수요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작은 사치품인 명품 뷰티는 잘 버티고 있어서다.
이는 국내 백화점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올 들어 9월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럭셔리 뷰티 매출은 일제히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뛰었다.
백화점·면세점도 전략적으로 명품 뷰티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명품관 유치가 어려운 지방 백화점이 적극적이다. 올해 롯데백화점 인천점이 4000㎡ 규모의 초대형 럭셔리 뷰티관을 조성한 게 대표적이다.
명품 가방·패션보다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 여력도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럭셔리 뷰티 시장 규모는 2023년 633억달러(약 88조원)에서 2029년 830억달러(약 115조원)로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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