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1야당 보수당 새 대표로 흑인 여성인 케미 베이드녹 전 기업통상부 장관이 선출됐다.
2일(현지시간) BBC,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은 리시 수낵 전 총리를 잇는 차기 대표로 베이드녹을 선출했다고 밝혔다. 전국 당원 투표 개표 결과 베이드녹 대표는 5만3806표, 57%를 획득해 4만1388표를 얻은 로버트 젠릭 전 내무부 이민담당 부장관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당원 투표율은 72.8%를 기록했다.
7월 총선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난 수낵 전 총리 뒤를 이어 보수당을 이끌 베이드녹은 영국 주요 정당의 첫 흑인 대표다. 보수당 역대 여성 대표로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 리즈 트러스에 이어 네 번째다.
그는 이날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솔직해져야 한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착수하고 쇄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출신 런던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베이드녹 대표는 서식스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금융계 등에 종사했다. 2015년 런던시의원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했고 2017년 영국 하원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에 뛰어들었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여성평등 장관, 트러스 및 수낵 내각에서 상무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보수당에서 우파 성향이 짙은 것으로 분류되며 넷제로(탄소중립) 목표와 트랜스젠더 권리에는 회의적이다.
영국 보수당은 수년에 걸친 당내 분열과 각종 스캔들, 경제적 혼란 등으로 무너진 지지율을 회복해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에 빼앗긴 집권당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영국 차기 총선은 2029년으로 예정돼 있다. 보수당은 7월 총선에서 650석 중 12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412석을 확보한 노동당에 정권을 내줬다. 이는 보수당이 14년 만에 노동당에 정권을 내준 것이자 1832년 이래 보수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로 기록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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