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공모주시장...공모가 고평가에 추풍낙엽

입력 2024-11-04 15:13   수정 2024-11-06 09:20

이 기사는 11월 04일 15: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내기주가 증시 상장 첫날 줄줄이 하락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조 단위 '대어' SGI서울보증보험도 증권신고서 제출을 내년으로 미뤘다. 몸값 5조원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지난달 고평가 논란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등 현 상황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7개 공모주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24%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에이럭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38.35% 하락해 역대 공모주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큰 종목으로 기록됐다.

공모주 수익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모주의 첫날 수익률은 좋은 편이었다. 상반기 공모주의 상장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91.43%로 대부분 공모주가 '따블'을 기록했다. 하지만 7~11월의 하반기 상장일 상승률은 15.89%로 75.54%포인트 하락했다.

공모주의 상장 일주일 뒤 수익률도 5.14%로 상반기(55.99%)대비 50.85%포인트 떨어졌고, 한 달이 지난 뒤 수익률 역시 ?10.93%로 상반기(25.18%)대비 36.16%포인트 하락했다. 7~11월 상장한 31개 기업 중 5곳을 제외하고 모든 공모주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IPO 기업 쏟아졌던 지난달부터 시장 급랭
지난달 공모주 청약을 받은 기업은 16곳에 달한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던 2021년 8월(15곳) 이후 최다 기록이다. 이달에만 13개 기업(스팩 제외)이 증시 입성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이 밖에 15개 기업이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모주 시장 냉각은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로봇기업 씨메스부터 지난 1일 입성한 드론 교육기업 에이럭스까지 7개 공모주가 상장 첫날 연달아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에이럭스 하락률은 38.35%에 달했다. 지난해 6월 상장 첫날 주가 등락을 -40~400%로 확대 적용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전문가는 올해 말까지 공모주에서 첫날 수익을 볼 가능성이 적어졌다고 지적했다. 장 시작하자마자 형성되는 시초가 대비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공모가를 결정하는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가의 투심도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연말까지 IPO를 준비하는 20여곳의 기업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단위 '대어'인 SGI서울보증보험은 증권신고서 제출을 내년으로 미뤘다. 통상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승인받은 뒤 1~2주 내에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과 다르게 상장 시기를 뒤로 늦추기 위해서다. 케이뱅크도 지난달 수요예측 직후 상장을 철회한만큼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IPO업계 관계자는 "이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은 급속도로 냉각된 공모주 분위기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설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운용사 대표는 "공모가를 대폭 내려서 책정하거나 상장 시기를 조정하지 않은 이상 기업공개가 어려울 수 있다"며 "공모가가 내려가 다시 투자심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가 버블' 책임은 증권사·발행사
하반기에 공모주 시장이 빠르게 냉각한 데에는 증권사와 발행사 등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공모주의 높은 수익률로 기관 투자가와 일반 투자자의 '묻지마 투자'가 시작되고 높은 수요예측 경쟁률을 기록하자 증권사들도 공모가를 대폭 올렸다.

올해 공모가를 확정한 공모주 64곳 가운데 80%인 51곳이 희망 공모가의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했다. 희망 공모가 하단이나 하단 미만으로 설정한 기업은 4곳에 불과했다.

상장 주관사와 발행사가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상단 대비 20% 가까이 높이면서 상장 첫날 수익이 사라졌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 참여한 기관, 개인 투자자가 모두 손실을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전까지 당분간 공모주 투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 공모주 운용사 관계자는 "공모주가 상장 첫날부터 하락하면서 아예 투자를 쉬는 운용사가 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공모주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모주 청약을 하지말자"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주에는 쓰리빌리언, 닷밀, 노머스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되는데, 닷밀과 노머스는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상단에 확정했다. 한 투자자는 "유명무실한 수요예측 제도로 공모주가 높은 기업가치로 상장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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