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99.9%는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계속고용 제도 도입을 완료했으며, 열곳 중 세곳은 70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계속 고용정책이 성공한 원인으로 정년퇴직 이후 임금 수준의 합리적인 재조정이 꼽힌다.
오학수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특임연구위원은 4일 발간된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정보브리프에서 이 같이 분석했다.
일본은 고령자 고용정책을 추진하면서 임금체계나 임금수준에 대해 규제는 하지 않았다. 대신 개별 기업 노사의 자율성에 맡겼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의 고령자 고용 정책이 한국과 달리 순조로운 이유는 퇴직 후 재고용에 따른 임금 조정을 꼽았다. 일본 1000명 이상의 대기업 남성을 기준으로 임금 추이를 분석한 결과, 55~59세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정년퇴직 이후인 60~64세 연령층의 임금수준은 정년 전인 55~59세의 70%에 그쳤다. 2010년 70.8, 2020년 69.6, 2023년 69.7로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임금수준이 최고인 연령층도 2020년까지 50~54세였으나 2023년에는 55~59세로 늦춰졌다.
1000명 이상의 대기업 남성을 기준으로 임금 추이를 보면 20대와 50대 임금 연령별 격차가 2000년 이후 지속해서 완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일의 내용, 능력, 역할, 공헌도 등을 중심으로 하는 임금 제도가 도입되면 고령자라 하더라도 정년퇴직 전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직무에 따른 임금체계가 도입될 경우 고령자의 임금 감액 폭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기간에 걸쳐 익힌 숙련, 기술, 노하우 등을 가진 고령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임금 저하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오 연구위원은 "정년 후 급격한 임금 저하는 고령자의 생활 보장에 큰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 이를 완화하는 형태로 임금수준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노동계를 위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65세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만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법정 정년 60세 연장 당시) 한국은 대부분의 기업이 60세 정년제를 도입하지 않았는데 강제했고, 이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도 필요하다는 반강제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임금피크제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 노사 갈등을 유발했다"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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