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본 적 없어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음악)다. 이 노래를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사진)의 대표작 세 편이 올겨울 한국 관객을 만난다. ‘지킬 앤 하이드’ ‘시라노’ ‘웃는 남자’ 등 와일드혼의 음악적 역량이 부각되는 작품들이다.
와일드혼은 1958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작곡을 독학하며 음악을 썼다. 와일드혼이 대학교를 다니며 만든 ‘지킬 앤 하이드’는 1999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2004년 초연부터 인기몰이를 했다. 와일드혼의 음악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 라인과 뚜렷한 기승전결을 갖춰 호소력 짙은 감성이 특징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지킬 박사는 인간의 의식을 분리하는 약을 개발해 자기 몸에 직접 실험한다. 그 결과 지킬 박사 내면에는 순수하게 악한 ‘하이드씨’라는 새로운 자아가 자리 잡고, 그가 모습을 드러날 때마다 런던의 거리는 공포에 휩싸인다.
‘지킬 앤 하이드’는 2014년 관객 100만 명을 달성해 ‘명성황후’ ‘캣츠’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다섯 번째로 밀리언셀러 뮤지컬의 반열에 올랐다. 20주년을 맞은 2024년 기준 총 누적 관객은 180만 명에 달한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오는 29일부터 내년 5월 21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시라노’의 원작은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주인공 시라노는 뛰어난 검술과 언변을 지녔지만 코가 큰 추남이다. 그는 록산을 남몰래 흠모하지만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백을 망설인다.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록산은 시라노의 친구 크리스티안과의 사랑이 이뤄지도록 도와달라고 시라노에게 부탁한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안을 대신해 편지와 노래를 쓰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의 사랑은 점점 깊어진다.
‘시라노’에서 가장 사랑받는 넘버는 바로 ‘거인을 데려와’. 주인공 시라노의 성품을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로 가슴 뭉클한 가사와 웅장한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곡이다. 세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시라노’는 오는 12월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원작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1869년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17세기 영국에는 아이를 납치해 몸에 상처를 낸 뒤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이 활개를 쳤다. 주인공 그윈플렌도 이들에게 납치돼 미소 짓고 있는 모양으로 찢긴 입을 가졌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된 그는 한 왕족을 만나 자신의 혈통에 숨겨진 비밀을 배운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와일드혼과 합작한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2018년 개막 후 한 달 만에 관객 10만 명을 달성했으며 그해 제7회 예그린뮤지컬어워즈 7관왕,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에 올랐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그 눈을 떠’. 높은 음역과 엄청난 성량이 필요해 주연 배우의 성대를 극한으로 시험하는 곡으로 박효신, 박강현 등의 커튼콜 영상이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내년 1월 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열린다.
구교범 기자
프랭크 와일드혼에 대한 보다 상세한 기사는 지난달 30일 발간된 아르떼 매거진 6호(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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