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업 절반 순익 급감…미쓰비시車 44%↓

입력 2024-11-04 18:17   수정 2024-11-05 01:55

일본 제조업체 실적이 둔화하고 있다. 순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인 기업이 4년 만에 절반을 넘어섰다. 중국 등 세계 경기가 둔화함에 따라 자동차, 소재 등 업종의 고전이 두드러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일까지 2024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을 발표한 156개 제조업체를 집계한 결과 절반 이상인 53%가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줄거나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보도했다. 감익 또는 적자인 기업 비율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9월(75%) 이후 가장 높았다. 순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79곳, 적자인 기업은 9곳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계의 이익 하락세가 뚜렷하다. 미쓰비시자동차는 순이익이 44% 감소했다. 미국 내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비 증가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이토제작소는 중국 내 일본 자동차 업체용 조명 기기 판매가 부진했다. 교세라는 중국 저가 전기자동차에 밀린 유럽 완성차 업체용 전장부품 부문이 침체했다.

소재도 중국발(發) 시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도쿄제철은 철강재 판매 마진이 줄면서 순이익이 37% 감소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석유화학 사업 회복이 더딘 탓에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비교적 경기가 견조한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은 실적이 부진했다. 히타치건기는 북미에서 건설기계 판매가 줄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 비용 증가를 꺼리는 각 대리점이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 건설기계 수요 회복은 내년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인공지능(AI) 수요를 선점한 기업들의 실적은 호조세다. 어드반테스트는 생성형 AI용 반도체 테스트 장비 판매가 늘면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배 증가했다. 닛토정공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 늘었다. 생성형 AI 보급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회로 재료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4~9월 평균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엔가량 엔저였다.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환율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전략가는 “달러당 140엔대 밑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제조업에 역풍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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