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시스 한달째 파업…현대차 공장도 멈췄다

입력 2024-11-04 17:53   수정 2024-11-05 07:13


현대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제조하는 울산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5일부터 멈춘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으로 이 차에 들어가는 변속기 납품이 중단돼서다. 노조 예고대로 총파업이 오는 8일까지 이어지면 생산 차질 물량이 2만7000대로 늘어나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규모는 1조원으로 커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달 8일 시작한 파업을 이달 8일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에 들어가는 변속기를 하루 1만5000개씩 생산하는 핵심 부품업체로, 이 회사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가 넘는 2300억원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했다. 현대차는 코나 생산을 잠정 중단했고, 기아는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줄이고 주말 특근을 취소하는 식으로 셀토스와 K5, K8, 카니발 생산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8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이 각각 1만2000대와 1만50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에 달한다.
현대차 노조 "우리가 변속기 만들자"…'勞勞 갈등'으로 번지는 트랜시스 사태
트랜시스 한달째 파업…현대차·기아 생산 차질 1兆
자동차에는 2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품질 문제가 터진다. 부품업체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완성차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구조란 얘기다.

요즘 현대자동차·기아가 이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변속기를 만드는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면서 코나 등 주요 차종 생산이 5일부터 중단되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 일각에선 “부품업체에 휘둘려 생산이 중단돼선 안 된다”며 차세대 하이브리드카 변속기인 ‘TMED-2’를 현대트랜시스에 맡기지 말고 자체 생산하자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트랜시스 노사 갈등이 현대차-현대트랜시스 노조 간 ‘노노 갈등’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트랜시스 노사 9차 본교섭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됐다. 회사 측은 1인당 평균 256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은 모두 1075억원으로, 작년 영업이익(1169억원)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매출(11조6939억원)의 2%인 2300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작년 영업이익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차 노조원이 받은 기본급·수당 인상분 및 성과급(1인당 5000만원 이상)의 90%에 해당한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려면 회사가 빚을 내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완성차 생산 차질은 현실이 되고 있다. 확보해 둔 재고 물량이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투싼 등 주요 차종에 들어가는 6·8단 자동변속기와 무단변속기(IVT) 등을 400만4965개 생산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현대트랜시스 노조원 간 분열 조짐도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는 이날 “강력한 총파업으로 응징하겠다”고 했지만,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변속기 신규 생산을 현대차에 뺏기는 거 아니냐”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천명하면서 노조원 1인당 최대 600만원가량의 임금을 못 받게 된 것도 노조원 간 갈등을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현대트랜시스 파업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임단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사 측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계열사들도 총파업을 앞세워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 현대트랜시스가 노조의 요구를 무리하게 수용하면 다른 계열사 노조들도 ‘떼쓰기’에 나설 수 있다”며 “그럴 때마다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 차질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곽용희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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