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소송 취하해야 직접채용" 위법일까요?

입력 2024-11-05 16:51  



최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불법파견을 이유로 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하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원청이 그 해결방법으로 자회사를 설립하여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채용하거나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회사 또는 직접 채용 조건으로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의 소 취하서 등을 요구하는데,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소취하서 제출을 거부하여 채용이 거절된 경우 여러 추가적인 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위 이슈에 대한 최근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소개하고, 불법파견이 문제된 사업장에서 자회사 채용 등 직접 고용시 유의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1. 협력업체 폐업으로 인한 해고

협력업체(A)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B)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원청(B)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C)를 설립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되, B를 상대로 제기한 소취하서 및 부제소합의서 제출을 자회사 채용의 조건으로 했다. 그런데 협력업체 근로자들 일부는 소취하서 등의 제출을 거부하여 자회사 채용이 거절되었고, 일감이 없어진 A는 폐업하게 되면서 해당 근로자들을 통상해고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C(자회사)를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충북지노위는 협력업체(A)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해당 근로자들과 C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고 A의 페업은 C의 일부 부서의 폐업에 불과하므로 통상해고 조건이 되지 않아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예비적으로 A와 C 사이에 묵시적 영업양도계약이 인정되므로 C가 부당하게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노조 조합원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소취하서 등 미제출을 이유로 해고된 것이므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충북지노위 2024. 5. 3.자 충북2024부해16/부노1 결정).

이에 대해 최근 중노위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묵시적 영업양수도도 인정되지 않으며, 소취하 등 제출을 채용조건으로 정한 것은 정당하다는 C의 주장을 받아들여 초심 취소의 판정을 했다(중노위 2024. 9. 26.자 중앙2024부노95/중앙2024부해984 결정).


#2. 협력업체 이전으로 인한 전보

협력업체(D)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E)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했다. 원청(E)은 협력업체(D)가 담당하던 공장에 자회사(F)를 설립하여 자회사에게 해당 업무를 위탁했고, 그에 따라 협력업체(D)는 E의 타 지역 공장의 업무를 도급받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원청(E)을 상대로 제기한 소취하서 등을 제출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자회사에 채용되었고, 이를 거부한 근로자들은 타 지역 공장으로 전보발령 되었다(다만, 이는 협력업체 대표, 노조 위원장, 비조합원 대표들이 모인 협의체에서 자회사 고용승계 조건으로 결정한 사항이었다). 이에 타 공장으로 전보발령된 근로자들은 원청(E)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경기지노위는 기각 결정했으나, 중노위는 초심 판정을 취소하고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역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중노위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3. 4. 20. 선고 2021구합72956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5. 23. 선고 2023누42517 판결).

-원청(E)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에 관해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부당노동행위 금지 의무를 준수할 사용자에 해당함
-원청(E)은 도급인으로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협력업체 배후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 행사이자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볼 수 있는 불법파견 소송에 대한 소취하 등 제출을 압박·종용했을 뿐 아니라 이를 수용한 근로자들은 자회사로 고용을 승계한 반면, 이를 거부한 자들은 타 공장으로 전보하는 차별적 결과를 초래함
-위와 같이 원청(E)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 내지 법인격을 남용하여 노조의 조직과 운영, 조합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킨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음


#3. 직접고용시 소취하서 요구

자동차 회사(F)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을 제기하자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원청(F)은 자신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의 소 취하서 등을 제출한 자들만 정규직으로 발탁채용했다. 반면, 소취하서 제출을 거부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했고 소속 협력업체로부터 근로계약해지 통보를 받자, 원청(F)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청(F)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금지의무를 부담할 사용자에 해당하지만, 소취하서 미제출로 발탁채용을 거절한 것은 노조 조합원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되었으므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으로 보기 어려워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4.5.2. 선고 2023구합63925 판결).


소취하서 등 제출 조건은 위법한가
불법파견 등의 법적 리스크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 설립 또는 직고용하면서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의 소취하서 등을 요구하는 것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불법파견 소송을 주도한 노동조합에 대한 불이익 제공이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 하급심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결론이 달라 아직 확정된 입장이 없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각 케이스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자회사를 설립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원청이 직고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특정 노조원에 대한 불이익 제공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 불법파견 소송으로 제기된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함이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은 협력업체 시절보다 향상된 근로조건을 적용한다. 그런데 자회사 채용이나 직고용 방식 모두 불법파견 소송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자회사 채용시 소취하서 제출은 거부하면서도 자회사에 채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는 자신의 실질적 사용자가 원청이라고 주장하면서 현 시점에서 자회사도 자신을 채용해야 할 사용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협력업체 근로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노조 조합원들 다수가 소취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우연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해당 특정 노조에 대한 불이익 취급이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소취하서 등 제출 조건 직고용시 유의할 사항
불법파견이 문제된 사업장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자회사나 직고용시 소취하서 등을 요구할 경우 유의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자회사 설립·채용 조건을 원청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대신 협력업체, 협력업체 근로자 대표(노동조합 포함)와 협의체를 이뤄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주로 제기한 근로자들이 가입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이끌어 낸다면 부당노동행위 등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또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소취하서 제출을 직고용 조건으로 한 이유가 불법파견 등의 법정 분쟁을 일시에 해결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지 소취하서 미제출 노조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제공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설명하고 근거로 남길 필요가 있다.

부제소 합의는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재판청구권 침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예컨대, 원청을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이 아니라 과거 협력업체 시절의 불법파견 관련 쟁점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소취하서 제출을 거부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가능한 기존 그대로의 근로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부득이하게 자회사 설립으로 인해 기존 근로 조건이 변경(협력업체 폐업, 근무장소나 담당업무 변경)될 경우에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 타 협력업체로의 승계 등에 대해서도 협조하는 것이 좋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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