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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에너지 부문에서 수입을 늘려 무역 수지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수개월 전부터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에 대비했고, 트럼프가 당선돼 무역상대국들에 압력을 넣을 경우 미국산 가스와 석유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최근 몇 주간 미국 대선 이후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 연구소들과 회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 증가추세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미국 정부는 무역상대국들에 수지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산 석유와 가스 구매를 늘리도록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9년 114억달러에서 지난해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287억달러를 기록하며 올해도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과의 무역에서 가장 많이 흑자를 내는 국가는 중국이 1위, 멕시코가 2위이며, 한국은 8위다.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관세를 최대 60%까지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SK이노베이션이나 GS칼텍스 등 주요 에너지 수입업체들에 미국산 에너지 구매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지만, 과거 상황을 보면 정부가 기대했던 만큼 비중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안보를 개선하고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정유사들에 원유 구매처를 다변화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한국 기업들이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틴 창 한국무역협회 이사는 "에너지는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라며 "미국산 수입 증가는 중동 국가와의 기존 장기 계약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블룸버그에 설명했다. 한국은 거의 모든 에너지 수요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가스 수입의 약 11%, 석유 수입의 17%가 미국산이다.
이 밖에도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미국 당국자들에게 한국 기업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 대한 투자와 채용을 늘려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추이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반도체 제조의 핵심 국가로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노력에서 한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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